황당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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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당 댓글 0건 조회 957회 작성일 07-07-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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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처음으로 시작된 공무원 노조의 단체교섭에 비상한 관심을 쏠리고 있다. 공무원이 예산과 법령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노사관계도 시장과 이익의 원리에 기반을 둔 기업의 노사관계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기업의 노사 당사자, 특히 사용자 측은 공무원 노조의 단체교섭이 민간부문에 새로운 부담을 안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또, 공무원의 인건비나 복지비가 늘어나면서 국민의 세금 부담도 그만큼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이같은 우려의 저변에는 단체교섭을 통해 공무원의 일자리는 말 그대로 ‘철밥통’처럼 탄탄해지고, 임금도 ‘신이 내린 일자리’로 불리는 공기업처럼 치솟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예감이 현실화하면 공무원들이 잘 나가는 민간 기업조차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다양한 수당제도와 후생복지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 노동조합총연맹이 제시한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 임금만 보더라도 공무원 노조는 10% 이상의 봉급 인상을 요구했다. 허리띠를 줄이고 있는 민간 기업으로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원로수당, 업무대행수당, 건강수당 등 민간부문에선 들어 보기조차 힘든 기발한 수당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의 각종 수당을 인상해줄 것을 내세웠음은 물론이다.

근로조건에서도 업무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성과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출산휴가를 확대하고, 공무원의 정년을 직급에 관계없이 60세로 평등화하고 연차적으로 65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법적인 문제에 가까운 공무원연금제도의 개정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 노조의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얼마나 많은 예산이 소요될지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액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고용주라고 할 수 있는 국민과 공복인 공무원의 현격한 인식 차이다. 공무원들은 민간 기업보다 급여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생산성은 물론 노동의 강도나 위험이 민간 기업보다 낮고, 민간 기업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정년을 보장받으며 근무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또 눈에 띄지 않는 각종 복지 혜택을 누리고, 민간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수당을 받는 점을 감안할 경우 공무원의 급여가 민간 기업과 단순 비교해서 적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무원 노조가 단체교섭에서 ‘과감한’ 요구를 하는 배경에는 공무원 특유의 담합적인 노사관계 관행이 버티고 있다. 사용자이자 공무원의 지위에 있는 정부 기관의 기관장들은 공무원들의 압력에 못 이기거나 환심을 사려고 공무원들의 요구를 무원칙하게 들어주곤 했다. 기관장들은 법이나 여론의 화살에 걸리지만 않으면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예산을 전용해 왔다. 이런 담합은 자치단체에도 고질병처럼 퍼져 있다.

공무원의 단체교섭제도는 공무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가 돼야 한다. 공무원의 집단 이기주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돼서는 곤란하다. 공무원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공복 의식이 제고돼 과도한 요구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체교섭의 시행으로 공무원의 노사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뀐 만큼 정부는 예산 편성 및 집행, 공무원의 인사관리 및 급여제도 등에 대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도록 급여체계를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연봉제를 도입, 공무원들이 받는 모든 수당을 급여로 편입해 편법 수당을 근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와 함께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공무원의 업무 중 민간으로 위탁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넘겨 공무원 사회에도 시장적인 요소가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공무원을 감독하는 제도적인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회나 지방의회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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