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의 역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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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역기능 댓글 0건 조회 896회 작성일 07-09-04 08:30본문
'이장과 군수'라는 영화를 보면 최연소로 당선된 군수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의욕적으로 방폐장 유치를 추진하다가 결국 군수직에서 물러나는 대목이 나온다. 지역토착세력과 결탁한 직전 단체장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과 비슷한 일이 요즘 하남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황식 하남시장이 광역화장장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정적이 개입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방폐장'과 '화장장'만 다를 뿐 영화의 재판이다.
지난 5월 25일 본격 발효된 주민소환제가 시행 3개월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 지자체장 등 선출직 공무원은 한 번 당선되면 형사사건에 연루될지라도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지 않는 한 임기가 보장된다.
우리는 자치제 출범 이후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도 재판을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임기를 꾸역꾸역 다 채우는 단체장을 허다하게 봐 왔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곧 주민소환제다. 선출직 공무원에 대해 임기 중이더라도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해임할 수 있는 민주주의 결정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순기능을 위해 고안된 소환제가 도리어 성공적인 지자체 운영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화장장 유치에 따른 지원금을 받아 지역경제를 살려보겠다고 한 하남시장이 퇴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면 애초 퇴출대상 1순위로 꼽히던 단체장들,
예를 들면 남미로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구청장이나 각종 인ㆍ허가 및 공무원 인사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시장ㆍ군수 등에 대해서는 소환논의조차 안 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지자체 행정을 하다보면 때때로 소신행정도 필요하다. 단체장은 주민 전체의 이익과 지역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일부 주민들의 뜻을 거스를 용기도 있어야 한다.
소환제가 악용ㆍ남발된다면 선심성, 전시성 행정만 판을 칠 뿐이다. 현 시점에서 소환청구 사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정책 결정과 관련해서는 예외조항을 두는 등 법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