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어린이들' 이야기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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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트 어린이들' 댓글 0건 조회 940회 작성일 07-09-09 18:3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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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여성의 관점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보자는 취지의 세미나가 있었다. 어느덧 하반기에 접어든 세월의 흐름에서 보면 올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닥친 느낌이다.
나라 안팎으로 심란한 사정이 많은 요즘이지만, 향후 5년간은 물론 상당 기간 우리 사회의 흐름을 좌우할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적절하고 올바른 관심을 갖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예비 후보로 거론된 많은 이들이 여성을 의식한 공약으로 양성평등의 구현 그리고 출산, 육아, 보육의 사회화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 모두 중요한 주제이며 현재 당면하고 있는 시급한 사회적 현안들이다.
몇 년 전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둘째 아이가 돌이 될 무렵 남편과 사별한 젊은 엄마 이야기였다. 경제적 여유가 별로 없었던 젊은 엄마는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종의 특성상 퇴근이 늦은 일이어서 엄마 퇴근 시간 전에 어린이집은 문을 닫았고, 일곱 살 된 형이 다섯 살 된 동생을 데리고 대형 마트에 가서 이리저리 구경하며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마트 어린이들’이 며칠 전 뉴스에 나왔다. 이처럼 마트에 자녀를 두고 불안에 쫓기며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엄마가 데리러 올 때까지 마트 이곳저곳을 쏘다니면서 때로 눈총을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어린이들 앞에서는 OECD 가입이니, 선진국 진입이니 하는 소식들이 모두 낯 뜨거운 일일 뿐이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그저 이런 정도를 묻고 싶다. 이런 ‘마트 어린이들’을 들어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 줄 것인지, 그 방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이다.
당장 이 어린이들 모두에게 어떤 대안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그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또한 왜 이런 소식에는 항상 엄마들 이야기만 나오는지 엄마들이 아이들을 마트에 데려다 놓을 수밖에 없을 때, 아빠들은 어디에 있는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그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다.
임신과 출산의 당사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출산, 육아, 보육의 문제를 당연히 여성 문제로 범주화해 버리는 오류에서도 이제는 그만 벗어나야 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하지만 당연히 상대가 있는 법이며 그 상대와 더불어 육아, 보육의 문제를 함께 책임져야 하고 사회 저변의 의식 또한 그렇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양성평등의 문제 또한 그렇다. 아직까지는 여성의 권익신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말 그대로 여성우위나 남성우위가 아닌 양성평등의 구현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는 사회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그 내용을 보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유권자들 또한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더 현명해져야 할 것이다. ‘국민은 자기 수준의 정부를 갖는다’는 말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어떠한 대통령을, 어떠한 정부를 갖고 싶은가, 이는 결국 우리 선택의 문제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가르침이다.
정치적 냉소주의, 감정적이고 무조건적인 비판, 섣부른 양비론 등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 매일 부딪치며 사는 가족도 백퍼센트 만족하기는 어렵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후보들이지만 사실 이것은 문제, 저것도 문제 이런 식으로 따지다보면 어느 누구 온전하지 않다.
다만 결정적인 결격사유는 없는지, 그것이 결격사유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옹호하거나 눈감고 있지는 않은지 찬찬히 돌이켜보고 따져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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