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덮으려는 거짓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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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짓 댓글 0건 조회 771회 작성일 07-09-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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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인사의 예일대 거짓 학력 파문으로 사회가 꽤 시끄럽다.
 
그리고 그 여진은 엉뚱하게도 청와대로 번져서 관련 인사를 극구 변명해 주던 높은 이들의 낯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고 했던가.
 
양식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고학력 고출세의 엘리트 관료들이 도덕과 정의에 대한 집념과 준수 의지에서 골목의 건달들과 하등의 차이가 보이질 않는다.
 

자기 앞의 이득에 연연하여 무도하게 힘(권력)을 휘두르고, 탈로날까 두려워 거짓말을 무던히도 해대는 게 불량배 건달들만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고학력 고위급 인사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30년 공직생활에 부끄러운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버텼지만 그 말도 역시 거짓이 되고야 말았다.

 

도산 안창호 선생 이래로 ‘정직하지 않음’에 대한 우리 선각자들의 지적은 꽤 오랜 역사를 갖는다.

 

그가 그토록 누누이 절실하게 ‘정직하게 살기’를 외쳤건만 100여년 가까운 세월에서도 이 문제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 예에서 보듯이 거짓은 사회의 기본질서를 흔드는 가장 큰 해악이다. 공정한 경쟁 구도를 흔들어 버리기 때문에 사회 속에 불신을 조장하게 된다.

 

운동시합에서 페어플레이가 보장되지 않으면 승자도 떳떳하지 못하고 패자는 억울함에 분해서 앙앙불락하다가 결국 승자에게 대든다.

 

승자에게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승복은 거짓이 난무하는 불공정한 경쟁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된 학력 위조는 공정한 경쟁, 즉 페어플레이의 기본적인 삶의 원칙을 파괴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사학위는 최소 3∼5년 이상 전력투구해서 얻어지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에 대한 공인된 인증서다. 대학이나 전문기관은 이 인증서를 믿고, 그 분야의 전문직에 박사학위 소지자를 채용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력 위조는 함께 경쟁한 타인의 정직한 노력과 성취를 무가치하게 만드는 무도한 행위다.

 

다른 사람들이 온갖 노력과 희생을 치러 어렵게 취득한 박사학위를 어떻게 가짜학위증을 만들어 대적하려고 했는지 도통 그 심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학력 위조는 과도한 욕심에서 그렇게 되었다. 거짓말 한마디로 엄청난 이득이 예상될 때 누구나 거짓말에 대한 유혹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짓말이 탄로났는데도 이를 권력의 힘으로 다시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려는 거짓말은 더 질이 나쁘다.

 

여덟 살 아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길거리에서 주은 돈을 자기 돈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의 유혹에 굴복할 때 그렇다.

 

그런데 엄마가 이런 거짓말을 알면서도 자식의 편을 들어 거짓말을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려 든다면, 이 어머니는 자식보다 더 질이 나쁜 거짓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은 한번으로 끝나야 하는데, 이렇게 곁에서 덮어서 숨겨 주려 하다 보면 거짓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 간다.

 

 ‘거짓말을 덮어 주기 위해서 또 저지르게 되는 거짓말’을 우리는 2차 거짓말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2차 거짓말이 많은 사회다. 삼강오륜에서는 인간관계의 친밀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이 친밀성이 잘못 해석되어 아는 이들의 거짓을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덮어 주는 것이 도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이가 많아졌다.

 

그게 정(情)이고 의리(義理)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과 의리가 오용되면 2차 거짓말이 횡행한다. 2차 거짓말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면,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정과 의리를 삼강오륜의 본뜻에 맞도록 지켜서 2차 거짓말을 제지하는 정신적 힘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전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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