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통계’ 엉터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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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엉터리 통계’ 댓글 0건 조회 774회 작성일 07-09-28 08:37본문
“재정수지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통계인데 사전에 오류를 예방하지 못했다. 국민께 불신(不信)을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20일 ‘2008년 예산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오류로 ‘엉터리 재정통계’ 물의를 빚은 지 13일 만의 사과였다.
그런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대해 예산처가 스스로 내린 평가를 보면 ‘불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예산처가 올해 1월 내놓은 ‘2006년 주요 정책 자체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스템 구축사업은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다. 또 정부 정책의 ‘성공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본보 27일자 A2면 참조
이 시스템 구축사업을 포함해 예산처의 12개 주요 정책사업 평균 점수는 97.3점에 이른다. 예산처의 등급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우수’ 사업이다.
예산처는 다른 부처의 재정사업에 대한 평가 관리도 맡고 있다. 7월 말에는 재정사업 585개에 대한 각 부처의 자율평가 결과를 점검한 뒤 50점 미만의 ‘미흡’ 등급 사업 31개에 대해서는 예산을 10% 이상 축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재정사업도 민간기업처럼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처의 평가관리 능력이다. 엉터리 재정통계로 국민적 불신까지 산 재정사업에 후한 점수를 매긴 예산처의 평가 잣대를 다른 부처가 수긍할 수 있을까.
게다가 통계 오류 물의를 수습하는 자세도 불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인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원인과 책임의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라”고 지시한 지 보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예산처는 묵묵부답이다.
예산처는 현 정부 들어 가장 힘이 막강해진 정부 부처 중 하나다. 하지만 커진 권한에 걸맞은 역량과 책임감까지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산처 장차관 출신인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물의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예산처의 불신은 예산배정권을 바탕으로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느슨한 평가’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