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공간' 시민과 따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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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합펌 댓글 0건 조회 843회 작성일 07-10-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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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문화공간' 시민과 따로 논다>
예산.인력 타령 시민외면 운영난 악순환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경남 마산시 해안도로 신포매립지 옆에 위치한 마산음악관 주변.

   음악 애호가들의 발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소음을 쏟아내는 자동차정비업소와 주차중인 활어차, 화물차에다 바로 옆엔 대규모 아파트 공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가곡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 선생의 이름을 따 '조두남 기념관'으로 2003년 문을 연 뒤 2년간 선생의 친일논란 끝에 2005년 6월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관됐지만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전락했다.

   1일 현재 경남도가 파악하고 있는 도내 문화기반시설은 박물관 및 미술관 39곳과 문화예술(문예)회관 16곳.

   이 가운데는 끊임없이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기획'행사를 선보이는 곳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수십억~수백억원을 들여 건물만 지어놓고는 운영.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보니 갈수록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과 미술관 가운데 사찰이나 대학 등이 운영하는 곳을 빼고 순수하게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곳은 28곳 가량으로 대부분 지난 97년 민선 단체장 출범 이후 건립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1년간 연 관람인원이 1만명 미만인 곳만 6곳이며 5만명 미만으로 따지면 전체의 3 분의 1인 13곳이나 되며 10만∼20만명이 관람하는 곳도 방문객이 감소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시민들이 외면하는데는 예산부족과 학예사 등 전문인력 부족을 이유로 행사를 기획하지 않고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도 야간개장 등 시민들에 가까이 가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문화계 인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117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완공한 밀양 사명대사 유적지의 경우 사명대사 관련 기념전시관과 충의문, 동상, 한옥건물이 있는 생가터 등을 지어 호국정신 고취와 지역의 관광상품인 영남루, 얼음골, 표충사 등과 함께 관광벨트화 구상을 했지만 평일 50명, 휴일 100명선의 입장객에 그치고 있다.

   지리적으로 외딴 곳인데다 시설물에 비해 관람객을 배려한 볼거리, 즐길거리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밀양시는 주변 호수공원 및 시비공원 조성 등 검토만 할 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창녕의 박진전쟁기념관도 방문객은 평일 10명, 주말.휴일 50명 정도에 불과하며 그나마 2005년 1월부터 유료화하면서 절반 정도로 줄었다.

   '이은상 문학관'으로 명명됐다가 이름이 바뀐 마산문학관의 경우도 천상병과 이은상, 이원수, 김춘수 등을 배출한 지역의 문학적 토양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가에 대한 친일.친독재 논란만 미완성으로 남긴 채 초라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 6월 개관한 도립미술관은 다음해 관람객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가 지난해에는 5천여명이 감소했고 올해 다소 증가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개장 시간 연장 등은 지난해 잠시 검토했다가 다시 없던 일로 돼 버렸다.

   민선 단체장이 들어선 이후 문예회관은 16곳 가운데 12곳이 문을 열었는데 유료 관객이 5만명을 넘는 곳은 5곳에 불과한 실정.

   여기다 지역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익적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운영비 대비 수입이 턱없이 적어 예산 편성 때마다 집행부나 의회 모두 문예회관 관련 예산에 인색한 이유가 되고 있다.

   시설 활용이 활발한 편으로 분류되는 창원성산아트홀은 지난해 28억5천만원의 운영비를 들여 공연.대관 수입은 6억1천만원에 그쳤고 김해문화의 전당은 21억4천만원 투자에 4억4천만원 수입, 거제 문화의 전당은 27억1천만원을 들여 운영해 수입은 4억2천만에 머물렀다.

   통영시민문화회관은 18억4천만원의 운영비를 들여 6천만원 수입에 그쳤다.

   경남발전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한상우 박사는 "지자체들이 문화시설을 건물만 지어놓고 운영.관리비 등에 대한 장기계획이 없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학예사 인력 확보와 기획전 등에 대한 예산투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94051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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