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비틀거리고 있다. 손학규·이해찬 후보가 이번 주말 경선 5곳을 다음 주말 3곳과 합치자고 요구했다.
한꺼번에 8곳을 하면 ‘사람 동원’ 여지가 줄어들 거란 얘기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당은 일단 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정 후보 측은 다른 후보들도 동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신당 경선에선 가짜 등록 수십만, 예비경선 득표 수 계산 착오, 20%도 안 되는 투표율, 대통령 명의도용, 의원까지 가세한 몸싸움, 이틀간의 경선활동 중단이 시리즈처럼 벌어졌다. 그러더니 이젠 마구잡이로 일정까지 바꾸었다.
그런 소동 속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투표를 선점하기 위해 후보 진영들은 대대적인 동원에 나섰다.
휴대전화 투표는 거리가 떨어진 투표장에 갈 필요가 없고 투표하라는 촉구 전화가 세 번이나 오도록 돼 있어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소 투표보다 투표율이 서너 배가 높으면 휴대전화 투표자 1인이 3~4표를 행사하는 셈이다. 그러니 후보들은 동원에 또 다른 생사를 걸고 있다.
휴대전화 투표는 대리투표·공개투표가 가능해 위헌 소지도 있다. 이런 위험한 일에 후보와 당의 사활이 걸린 셈이다.
신당의 경선 코미디는 태생적이다. 국민선거인단과 모바일 투표라는 허울이 동원경쟁·유령접수라는 추악상을 잉태한 것이다.
신당은 한때 원내 과반수를 점하며 노무현 정권의 국정을 주도했던 세력이다.
창당과 경선을 이 모양으로 하는 세력이 세계 13위 경제대국의 집권당이었다니 참으로 자괴스럽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국민이 알지 못하는 허점과 손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8곳의 원샷(one shot) 경선을 하든 안 하든, 후보가 사퇴하든 안 하든 신당 경선은 한국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오랜 세월 어렵게 올려 놓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한 줌의 정치 세력이 한순간에 무참히 끌어내려 놓았다.
신당은 오만과 경솔의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