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현장에 스며든 제3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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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업현장 댓글 0건 조회 659회 작성일 07-10-15 16:52본문
파업현장에 스며든 제3 세력들 | |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2008 기업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의 고용환경을 세계 131위로 평가했다. 노동부문의 취약성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제기돼 왔는데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나온 셈이다. 그동안 국제경영개발원(IMD),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도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을 세계 최하위로 평가해 왔다. 물론 일각에서는 국제경영개발원 및 세계경제포럼의 노사관계 평가가 주관적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국가 수준의 비교 지표로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없지 않았다. 쟁의발생건수,파업참가자수,노동손실일수 등 객관적 비교지표의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의 노사관계 환경은 말처럼 그렇게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면 타당한 것 같기도 하지만,통계수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의 유별난 노동운동관행을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전투적 노조 활동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우리 노사관계를 두둔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상황 인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글로벌 경쟁시대의 합리적 노동운동과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은 떼법 노조,벼랑끝 전술 등의 용어들이 부끄럽게도 우리 노동운동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등장하고 있다. 같은 배를 탄 동반자적인 관계에서는 도저히 생겨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조합원 1300여명 중에서 95% 이상이 여성이고,그것도 30대 후반 이후 주부들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조합에서 110일 이상 장기파업을 끌어오면서 매장봉쇄 투쟁을 벌이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고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일터에 나온 아주머니들이 영업장을 무단 점거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랜드 파업사태는 개별기업의 노사문제로 다뤄졌다면 이렇게 오래 끌 일도 아니었다. 파업 초창기에 이미 사측에서 정규직 전환 및 용역 철회와 같은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타결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사태가 이처럼 장기화된 이유는 바로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기업 차원의 노사문제가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이라는 기업 외부문제로 비화한 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랜드 파업현장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연대 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정계 진출을 위해 공직선거에 몇 번이나 출마를 했던 이도 있고,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연계해 사회변혁을 이뤄야 한다고 믿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게 들어가 있고,심지어는 '자본주의 체제는 착취와 억압을 끝장내지 못하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노선을 표방하는 단체의 소속원도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근로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정당한 단결권의 행사인지 노동운동의 탈을 쓴 체제저항 운동인지 좀체 갈피를 잡기 어렵다. 우리 노동운동에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별기업의 노사문제가 상급노동단체의 정치적 투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일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 기업 현장은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지 정치투쟁의 마당이 아니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저지,비정규직법 개정 등과 같은 정치적 요구사항들을 관철하기 위해 개별기업의 선량한 조합원들을 동원하는 불합리한 일들이 더 이상 생겨나서는 안 된다. 당국에서도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불법이라도 다수가 걸리면 괜찮다'거나 '불법이라도 이기면 합법이 된다'는 탈법적인 억지 논리를 알게 모르게 눈감아 주는 아량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인식과 관행은 단호히 척결돼야 한다. 법원칙의 적용은 또한 알맞은 때를 놓친다면 그 효과가 반감되는 측면이 있다. 이랜드 파업사태도 초기에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조기 해결에 실패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파업사태를 마감하고 건전한 노동운동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