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다 정치 우선하는 재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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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보다 댓글 0건 조회 702회 작성일 07-11-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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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가을, 재정경제부는 그야말로 '욕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무쏘스포츠'에 매긴 특별소비세 때문이었다. 전말은 이렇다.

레저용 픽업이 생소했던 그 시절, 재경부는 무쏘스포츠를 승용차로 분류해 특소세를 물렸다. 화물차로 형식승인을 받았지만 주된 용도가 사람을 수송하는 것이고, 제조회사도 레저용 차량으로 광고를 해온 만큼 승용차가 맞다는 논리였다.

대당 400만원 가까운 특소세를 물어야 하는 소비자들이 울화통을 터뜨렸지만 재경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700여 명의 소비자들이 특소세를 물었다.

상황 반전의 계기는 엉뚱한 곳에서 마련됐다.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수입판매할 예정이었던 레저용 픽업 '다코타'의 과세문제가 통상 현안으로 등장했던 것. 재경부는 그해 11월 관련 시행령을 바꿔 레저용 픽업에 대한 특소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당시 재경부 홈페이지는 '재경부 직원은 미국에서 월급 받느냐'는 글들로 도배되다시피했다.

그 즈음 한 재경부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나름대로 울림이 있었던 통화로 기억한다.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부처로서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원칙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국익을 고려했을 뿐입니다."

요즘 유류세 인하 문제로 재경부가 시끄럽다. 공식 입장은 '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뿐이다. 담당부서를 제외한 재경부 분위기는 '정치권에서 밀면 밀리겠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원칙론이 통하겠느냐고 지레 체념한 표정이다.

고(高)유가는 서민, 영세사업자에게 엄청난 고통이다. 재정 건전성에 큰 무리가 없다면 유류세를 낮춰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당연하다. 물론 그에 따른 국가ㆍ사회적 비용도 있을 것이다. 재경부의 역할은 국민과 국회 앞에 당당하게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제시하는 것이다. 눈치만 살피면서 말과 행동이 따로 놀아선 곤란하다. 자꾸 정치 뒤에 숨지 말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