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국민, 몹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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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함혜리 댓글 0건 조회 710회 작성일 07-11-1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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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혜리 논설위원
최근 잇따라 드러난 공직자들의 비리사건은 이 정권의 도덕성이 논할 가치조차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한몸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그들의 녹봉을 대주느라 마른 수건 쥐어짜듯 허리띠를 졸라매 가며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된 도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세금을 가져다 쓰는 정부가 그 도리를 다했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불행은 여기서 출발한다.

 

 정부는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무서운 줄도 모르고 쓰다가 나라 살림을 거덜내고 있다.

 

정말 몹쓸 정부다. 적자를 메우는 것은 착한 국민의 몫이다.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돌려받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조건 정부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지 말라고 하면 섭섭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다.

 

2004년 기준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5%로 미국(18.8%), 일본(16.5%)을 앞질렀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21.2%까지 높아졌다.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각종 사회보장 기여금까지 감안한 국민부담률도 크게 늘어났다.

 

국민부담률은 지난 2000년 23.6%에서 2006년 26.8%로 최근 6년동안 3.2% 포인트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상승세다.

 

세금·연금 등 가계의 비소비성 지출이 크게 늘어난 탓에 소득이 늘어도 효과는 거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생활이 전보다 빡빡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국민들 5명 중 1명은 상대적 빈곤에 빠져 있다. 조세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세금과 연금 부담액만 높아진 게 아니다. 무섭게 오른 물가와 사교육비 부담까지 겹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민들은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딴청만 부린다.

 

유류세를 10%만 낮춰도 2조 3000억원 이상 세수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소득세, 양도세 등 개인의 세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

 

그 정도는 못 되더라도 세금 쓸 일을 줄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거꾸로 갔다.

 

지난 5년간 이런저런 이유로 공무원 6만여명을 증원했다.

 

이로 인해 인건비만 1년에 1조원이 늘었다.‘일 잘하는 정부’의 환상에 빠져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

 

공자는 추읍이라는 지방의 현령을 지내고 있는 제자 자멸(子蔑)에게 이런 가르침을 전했다.

 

“관리로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백성의 어려움이다.

 

수리를 잘 정비하고, 세 부담을 경감하며 백성들이 풍성하게 수확해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것은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금을 더 거둘 방도를 짜내기보다는 국민들의 고통을 보듬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세금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할지를 고민하면 된다.

 

첫출발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세금 쓸 일도 줄어들고, 쓸데없는 규제도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국민의 복지를 위해 쓸 여력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진정 행복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