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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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핑계 댓글 0건 조회 701회 작성일 07-11-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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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時調) 하랬더니 발뒤축이 아프다고 한다'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시조를 읊는데 발뒤꿈치가 아픈 게 무슨 상관이랴? 얼토당토 않는 핑계를 댄다는 말이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는 것이로되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 세상사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자주 듣다보면 식상하고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무엇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세상 때문에 등 '…때문에'라는 말로 핑계를 댄다.
 
그러나 엄격하게 말하여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때문'과 '핑계'는 다르다.
 
핑계를 한자어로 말하자면 구실(口實), 변명(辯明), 차구(借口)등의 어휘로 표현할 수 있는데, 온갖 변명으로 치장하는 그네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구실이란 말 그대로 사실이어야 하니 거짓으로 핑계를 대는 것은 엄격히 기만행위가 된다.
 
 변명 또한 명확한 일을 입으로 설명하여 밝히는 것이니 또한 거짓이 아니리라.
 
중국어에서도 사용하는 차구(借口)라는 말은 입을 빌린다는 말인데, 군자는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아니하니 의심받을 행동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진군자라.
 
헌데 세상의 오해를 사면 입을 빌어 그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핑계다.
 
행동이나 상황을 보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혹 오해를 살까 하여 최후의 수단으로 빌려오는 것이 입이다.
 
이 때 빌려올 입은 자신의 입이지 결코 제3자의 입이어서는 아니 된다.
관(官)이란 글자에 두 개의 입이 있어서 그런지 참으로 기상천외한 핑계도 많이 들려온다.
 
그 중 가장 식상한 것이 흔히 "국민을 위하여…"
"공익을 위하여…"
"경제를 위하여…" 따위이다.
 
재미난 영화도 여러 번 보면 식상한데 3류 쇼를 자꾸 보자니 애꿎은 국민들의 속마음만 새카맣게 타는지라.
 
'내가 와서 그들에게 말하지 아니하였더라면, 그들에게는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이 자기 죄를 변명(핑계)할 길이 없노라(요한복음 15:22).' 성경 말씀 중에 참으로 가혹한 구절이다.
 
마음을 여미게 하는 구절이라 머리 속에 항상 남아 있지만 필자 또한 그럴싸한 핑계 찾기에 머리를 굴리고 살아가니, 인생살이 이만저만 쉬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