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시작이 민주주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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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표현' 댓글 0건 조회 1,407회 작성일 07-11-24 12:00본문
'표현'의 시작이 민주주의의 시작
흔히들 "연애를 시작했다"라고 얘기한다.
그럼 연애의 시작을 어느 시점에 두는가?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느껴질 때? 아님, 첫눈에 반했다 라는 느낌이 들 때? 아니다.
사실 정확한 연애의 시작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 했을 때'부터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서로의 감정, 느낌을 상대에게 표현하고, 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연애의 시작은 '표현'의 시작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연애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부분의 상황들은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오늘 아침, 휘핑크림이 듬뿍 든 따뜻한 커피가 먹고 싶었다면 나는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카푸치노를 샀을 것이다.
이는 내가 먹고 싶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커피를 얻음으로써 그 요구는 충족됐다. 이처럼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곧 '표현'의 연속이고 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16년 가까이 교육을 받아오고 있다.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배우는 주된 교육은 '자신을 표현하기'이다.
내 생각을 또는 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또 다른 사람의 표현을 통한 배우기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런 교육의 결과로 우리 대학생들의 표현방식은 다른 나라 대학생들에 못지않다. 그러나 다만 교과과정 범위 내의 표현에만 익숙할 뿐, 진정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에는 부족하다.
특히 이런 표현에 대한 '인색함'은 선거 시기가 되면 뚜렷이 나타난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학생회 선거 기간이 되면 늘 숫자와의 전쟁(?)이 일어나곤 한다.
50% 투표율 넘기기가 몹시 힘든 것이다. 어쩌면 대학생인 나와 관계가 깊을 수 밖에 없는 등록금문제, 취업문제, 교육, 대학문화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1년의 대표자를 뽑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나의 일이 아닌 듯 무심하다.
이런 문제는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 등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투표에서도 볼 수 있다. 각종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매우 낮다.
사실 20대는 취업 등 여러 현실적인 면에 봉착한 세대이기에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의 관심이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개인적 무관심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일까?
먼저, 뿌리깊히 자리잡고 있는 정치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정치인들은 멱살 잡고 싸우는 사람들, 각종 비리로 구속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게다가 기성세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나쁜 정치인들'이란 말을 들으며 성장한 대학생들이 정치를 불신하게 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전문적인 '선거교육'의 부재 또한 문제다. 선진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국가의 대표자를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치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문적으로 교육받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정치 과목에서 다루고는 있지만, 인문계열 선택과목이기에 아예 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고, 이 과목을 배우더라도 이론중심의 교육이기 때문에 내용 암기에만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17대 대통령 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투표연령이 하향 조정되고 실시되는 첫 대통령 선거로, 20대 전체가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를 통한 내 생각의 '표현'은 단순히 대표자 선출에만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의 공동체 유지와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권리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사회 전체도 개인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정치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민주적 자치활동을 포함한 전문적인 선거교육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20대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 전부가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표현'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