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제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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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능등급제 댓글 0건 조회 793회 작성일 07-11-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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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더 타임스’가 실시한 2007세계대학평가에서 서울대가 5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12계단 올라갔다.
 
 반면 150위를 기록했던 고려대는 2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대학랭킹에서 한국의 대학은 널뛰듯 한다.
 
해마다 국내외에서 대학평가 결과가 나올 때마다 대학들은 일희일비한다. 국내 10위권 대학은 늘 정해져 있다.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이들 대학 간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이에 비해 중하위권 대학들의 상위권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이길여 경원대 총장이 ‘사이언스’를 비롯한 세계 3대 과학저널 표지에 논문이 실리면 5억원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했을까.

국내 대학의 양극화 현상은 무척 심각하다. 특히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 간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
 
 학생지원율, 학생등록률, 학생유지율, 기부금, 법인전입금, 자체적립금, 정부 재정지원금 등에서 극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심리학 용어 중에 ‘학습된 무기력’이란 말이 있다. 갖은 노력을 다해도 안 되므로 포기한 상태를 말한다. 중하위권 대학들이 바로 이런 상태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는 대학교육시장을 ‘승자독점주의 시장’이라 부른다.
 
그는 “대학교육시장에서 라이벌 경쟁은 최신식 나이트클럽 간의 경쟁과 비슷하며, 대학교육 분야는 성공이 성공을 부르고 실패가 실패를 부르는 산업”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서 미국의 대학들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대학 랭킹에 모든 것을 건다. 미국 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때 질 좋은 교육보다는 대학의 명성을 택한다.
 
자신을 더욱 가치 있게 포장하기 위해 명성 높은 대학의 상표를 붙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대표적으로 첨단 과학기술 분야 핵심 인력 양성을 위한 ‘두뇌한국21’ 사업(2006~2012)과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누리’ 사업(2004∼2008)을 들 수 있다.
 
 두뇌한국21은 연간 2900억원씩 모두 2조300억원을, 누리사업은 2600억원씩 모두 1조3200억원을 대학에 지원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하는데도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더 타임스’에 세계 200위권 대학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교육부의 고등교육분야 총예산은 4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257조원의 근 2%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 속에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2300억원이 또 새롭게 들어갔다.

세계적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간섭이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대선 때면 후보들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교육부 축소론’이다. 이는 교육부가 지원보다는 간섭을, 자율보다는 규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지침’이라는 것을 가장 많이 남발하는 부처는 아마도 교육부일 것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결국 집행정지가 되기는 했지만, 교육부의 이른바 3불정책에서 비롯된 ‘고려대 모집정원 불이익 처분’이 대표적이다.

또한 잘못된 교육정책도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치러진 대입 수능시험의 경우, 엄청난 국가예산과 수많은 고급인력을 동원해 문제를 출제했지만 정작 그 활용에서는 전혀 효용가치가 없는 등급제를 적용하고 있으니 이만저만한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원점수를 제시하지 않는 등급제는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가 없다. 분명 현행 수능등급제는 교육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잘못된 교육정책은 대학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까지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대학은 오리무중 상태이고, 학생과 학부모는 ‘미로찾기’ 게임을 하고 있다.
 
 대학과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