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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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착하게 살자 댓글 0건 조회 801회 작성일 07-11-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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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가장 쉬운 것을 잊거나 무시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버리게 된다. 무려 세 아이를 둔 아빠인지라 무턱대고 많은 약속을 하곤 한다.
 
 어디에 놀러가자, 주말에 무엇을 하자, 저 만화책을 사줄게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무심코 한 약속은 잊어버리게 된다.
 

 지난 주말에도 6살 막내딸 은빛에게 커다란 곰인형을 사주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물론 늘 그렇듯이 바로 지키지도 않고 잊었다.

 

어린 막내딸이 월요일 오후 회사로 전화를 직접 걸어 곰인형이 언제 오냐고 묻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하마터면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급하게 인터넷쇼핑몰로 들어가 딸애 키보다 더 큰 곰인형을 주문했다. 나로서야 쉽게 내뱉은 말이지만 막내딸에게는 그 곰인형이 아빠를 향한 사랑이자 믿음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아이들에게, 집사람에게, 주변 사람에게 약속을 할 때는 반드시 지킬 수 있는 것만을 말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요새는 신문이나 방송·인터넷 포털을 봐도 온통 약속 투성이다. 불과 21일밖에 남지 않은 제17대 대통령선거전이 뜨거워지면서 세상은 참 말도 많고 언어의 홍수에 빠져 있다.

 

진보·보수나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의 말과 약속이 쏟아지고 있다.

 

들으면 달콤한 얘기지만 너무 많은 얘기를 듣다 보니까 아빠인 내 약속처럼 과연 이 많은 말이 지켜질 수 있을까, 혹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많이 줬던 것처럼 이 사람들도 훗날 나를 포함한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일이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남에게 한 약속은 꼭 지키자는 얘기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정말 너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지율이 제일 높다는 한 후보는 과거 동업자와의 일, 자녀의 위장취업과 탈세 문제 등과 관련된 많은 거짓말이 밝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대통령 후보 정도라면 최소한 이 평범한 아빠보다는 더 약속을 잘 지키고 바른말을 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수많은 정치인과 대통령이 정부와 국민을 이끌어왔다. 그중에 존경받는 인물은 가물에 콩 나듯이 찾아보기가 힘들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약속을 다 지켰다면 훌륭한 역사의 인물로 남았을 사람들이 제법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들통이 날 뻔한 거짓말과 헛된 약속을 한 탓에 많은 전직 대통령과 정치인이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정치인과 국민 간에, 부부 또는 연인 사이에, 직장 선후배 간에 우리는 많은 말을 하고 듣고 있다.

 

 말은 우리의 삶을 세상의 큰 틀로 엮어주는 원천이다. 말로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하고 정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한다.

 

 이 원천이 신뢰할 수 없고 근간이 흔들린다면 아무도 믿을 수가 없고 살아도 살아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요새 마신 술도 제법 된다. 내 주위에는 애국자만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이번 선거를 놓고 사람들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나라를 향한 걱정이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비상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 선배는 내게 이번 대선을 빗대어 ‘진짜 재미 없는 삼류 코미디’라고 말했다. 대선판에서 말은 진짜 많지만 별로 쓸 말도 없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과 영화로 비교한다면 감동이나 웃음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하고 재미도 없다.

 

 예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꽤 웃었던 적이 있다. 서양인이 문신을 했는데 우리말 그대로 ‘착하게 살자’라고 새겨져 있었다.

 

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제발 대통령 후보들이 바른말과 지킬 약속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 또한 아이들과 집사람, 회사 동료와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착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