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천수답’에 머물러있는 재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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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수답’ 댓글 0건 조회 707회 작성일 07-12-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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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사고 허둥지둥 소방방재청 신설 등

5년간 덩치만 키운 참여정부 재난 관리시스템은 허술

온몸에 기름이 범벅된 새. 한 달여 전 외신으로 시꺼먼 새의 사진이 들어왔을 때만 해도 말 그대로 먼 나라 얘기였다.
 
흑해 연안에 유조선이 난파되면서 새어나온 기름으로 해안선이 오염되고 수만 마리의 새가 기름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죽어가는 모습이었다.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는 흑해와 그 북쪽 아조프해의 재앙 현장이 며칠에 걸쳐 외신을 통해 전해졌지만 흉측한 사진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지 못했다.

정확히 한 달 후인 지난 9일 같은 모습의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 사진이 이번에는 국내발로 들어왔다.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크레인 바지선과 충돌하면서 기름이 쏟아져나와 초래된 재난이다.
 
 바다의 숨통을 차단한 기름띠는 수백km에 걸쳐 확산되면서 김, 굴, 전복 등의 양식어장을 폐사시키고 있다. 바다가 생활터전인 어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탄다.

해마다 반복되는 엄청난 규모의 태풍.폭우 피해에 기름 재앙까지 보면서 정부의 재난방지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든다.
 
 태풍.폭우.폭설 등의 자연재해나 산불.가스폭발과 같은 인재(人災)는 이제 일상사가 될 정도로 빈번하게 터진다.
 
 그래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재난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의 재난 관련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소방방재청도 신설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5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재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천수답’식 사고에 머물러 있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 유조선 옆을 지나가던 해상 크레인의 안전불감증이 근본 원인이지만 정부의 허술한 초기 예측이 피해를 키웠다.
 
또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의 기름유출 사고를 겪은 후 해상에서 기름을 수거하는 방재능력을 확대키로 했으나 예산을 이유로 계속 미뤄 이번에 큰 사고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이다. 북서풍이 불어와 해안가에 몰린 기름띠를 흩어주기만 기원하는 처지가 됐다.

모든 이들이 군대의 존재 이유를 안다. 군대는 전쟁에 대비한 조직이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외세의 침입 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명이 병영생활을 하고 매년 수십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재난 예방도 마찬가지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고, 현실화되지 않으면 고맙지만 만약을 위해 시스템을 갖춰야 막상 당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참여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진짜 필요한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 달여 전의 흑해 참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유조선에 대한 안전수칙을 엄격히 챙겼더라면, 방재장비라도 제대로 확보했더라면 재앙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답답함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