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눈 먼 나랏돈 줄줄 샌다…불용예산 ‘몰아쓰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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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랏돈 줄줄 댓글 0건 조회 757회 작성일 07-12-1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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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박모(29) 씨는 최근 집 밖에 나가기가 싫다. 장미아파트 앞부터 잠실중학교까지 보도블록 및 자전거길 교체작업과 단지 내 잠동 초등학교 앞도 인도를 걷어내고 보행자 우선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돼 여기저기 먼지가 날리기 때문이다.

 

물론 개선되면 주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일테지만, 박씨는 연말마다 필요없는 공사 때문에 보행이 불편해지는 것 같아 반가움보다 짜증이 앞선다.

성동구에 사는 김모(50) 씨도 마찬가지다. 성동구도 화양사거리에서 광나룻길로 이어지는 양쪽 보도블록 교체 공사로 집 주변을 다니기가 상당히 불편해졌다.

 

김씨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바꾸는 이번 공사를 예산낭비센터에 신고할 작정이다.

이처럼 연말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낭비성 지출이 올해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예산낭비대응팀을 상시 운영하고, 일년에 한 번씩 받던 예산 지출계획서를 분기별로 받는 등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쓰고 있지만, 연말 낭비성 지출을 막기가 녹록지 않다.

▶연말 미션, 예산집행률 UP!=부처마다 연말 예산집행이 늘어나는 까닭은 예산집행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별로 연초 배정된 예산이 당초 예상보다 과다 책정됐을 경우 예산이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예산을 남길 수 없다. 우선 배정예산 대비 집행예산 즉 예산집행률이 다음해 부처별 평가에 점수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다음해 예산 규모가 보통 전년 예산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올해 예산을 적게 쓰면 내년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보통 부처별로 집행률을 100%로 맞추려고 한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3분기 현재 전 부처의 평균 예산집행률은 75.2%. 3분기까지 전체 예산의 4분의 3 정도를 썼으니 상당히 양호한 셈이다. 하지만 주요 부처들의 예산집행률은 전체 평균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의 예산집행률은 11월 말 기준으로 39.18%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아직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운영비 등이 계상되지 않은 수치지만,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68.57%밖에 되지 않는다.

 

건설교통부도 11월 말 현재 70%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고, 기금 운영자금을 제외해도 70.14%밖에 되지 않는다. 즉 12월 한 달 동안 이들 부처가 집행률 100%를 맞추기 위해 예산집행을 여느 때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산절감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 문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연말 예산 집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정부 예산의 경직성을 꼽고 있다. 예산이 어떤 사업에 한 번 배정되면 실제 비용 증감과 상관없이 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절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예산을 남겨두기보다 각 부처별로 기존의 예산 규모를 지키기 위해 낭비성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 집행이 주요 관심사업을 위주로 우선 집행되다보니 관심사업에서 밀려난 사업들은 예산 집행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경우 기초생활급여나 출산가정지원, 국민연금제 지원 등 관심 사업들은 90~100%의 높은 집행률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 국립병원들의 정보화사업, 소비자 건강정보 등은 0~50%의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권오성 한국행정연구원 혁신ㆍ조직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예산을 집행하는데에는 인센티브가 있지만 예산을 남기는 데에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을 모두 소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부처들이 예산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