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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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빚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07-12-18 09:04본문
자주 다니던 도로에 전날까지 보지 못했던 하얀 마킹이 보인다.
그것은 널브러진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다. 주변이 어수선한 것으로 보아 사고 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작고 날카로운 플라스틱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도로 위에, 스티로폼 가루들이 바람에 몰려다니며 마치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처럼 주변을 뱅뱅 돌더니 돌연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그곳은 유난히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행이 많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목격되는 길이다.
그곳은 유난히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행이 많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목격되는 길이다.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사고 현장을 지나오면서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갔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도록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목숨이라도 건졌을까.
사고 흔적에서 감지되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살아서 지나온 그 길에서 바로 좀 전에 누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먼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주어진 하루를 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섰을 것이다. 이달 적금 부을 일과 대출부금, 카드대금을 걱정하고 일 끝난 뒤 약속을 기다렸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주어진 하루를 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섰을 것이다. 이달 적금 부을 일과 대출부금, 카드대금을 걱정하고 일 끝난 뒤 약속을 기다렸을 것이다.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바로 나일 수 있고 오빠나 아버지, 이웃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날 점심을 한 숟가락도 넘길 수 없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으면 사고를 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처참한 사고를 낸 사람의 인생은 또 뭐란 말인가. 나 또한 운전 중에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여러 번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사고를 낸 사람도 나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나도 모른 사이 느슨해져 있는 안전의식을 점검하고 추슬러본다. 가족에게도 안전을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이 긴장은 한동안 유지되어 나의 안전의 등불이 될 것이다.
우리가 무탈하게 사는 것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실수, 실패가 밑거름된 덕분이다. 누군가가 아팠기 때문에 내가 건강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떠나갔기 때문에 내가 남아 있는 것이다. 뭇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내 목숨을 얼마나 존귀하게 써야 하는가 숙고하게 되었다.
삶이란 어쩌면 나보다 더 춥고 더 아프고 더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빚을 지며 사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으면 사고를 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처참한 사고를 낸 사람의 인생은 또 뭐란 말인가. 나 또한 운전 중에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여러 번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사고를 낸 사람도 나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나도 모른 사이 느슨해져 있는 안전의식을 점검하고 추슬러본다. 가족에게도 안전을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이 긴장은 한동안 유지되어 나의 안전의 등불이 될 것이다.
우리가 무탈하게 사는 것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실수, 실패가 밑거름된 덕분이다. 누군가가 아팠기 때문에 내가 건강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떠나갔기 때문에 내가 남아 있는 것이다. 뭇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내 목숨을 얼마나 존귀하게 써야 하는가 숙고하게 되었다.
삶이란 어쩌면 나보다 더 춥고 더 아프고 더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빚을 지며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