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5년 지도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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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도자 댓글 0건 조회 742회 작성일 07-12-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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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이 막을 내렸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라는 근사한 수식어 뒤에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최대 표차가 났다는 기록을 남기면서.

승자와 패자간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승자에겐 여유과 설레임이 엿보인다. 하지만 문득 국민이 선택한 차기 정부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일까를 떠올린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프렌체스코 알베로니’는 지도자에 대해 명령의 특권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지도자는 목표와 가치를 제시하는 교육자라고 정의했다.

‘경제 대통령’을 꿈꾸는 한국의 새 지도자도 우리 경제를 살리는 지도자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목표인 7·4·7공약(향후 10년간 7% 성장을 통해 2017년에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위 경제국가 진입)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드는 창조적인 지도자였으면 한다.

알베로니는 지도자에 대해 언제나 포용력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지녀야 한다고 지도자의 조건을 제시했다. 지도자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가 “여야는 서로 적이 아니고 필요한 반대자며 확고한 화합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말한 것처럼 향후 5년 동안 포용력이 충만하길 바란다.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과 독선 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로 불리는 무솔리니는 지도자로서 많은 능력을 갖췄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도시의 수 많은 벽 위에 쓰여졌던 ‘무솔리니는 항상 옳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순간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능력과 실천도 좋지만 과신하지 말고, ‘동굴의 우상’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좁은 소견에서 빚어지는 착각들, 개인의 호오(好惡)나 편견, 만족이 빚어내는 우상에 빠져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베로니는 무능력한 지도자는 자신 보다 뛰어난 사람을 두려워해 온갖 방법으로 그들을 깎아내리고 무시하면서 쫓아낼 궁리를 한다고 했다.
 
또 구성원들을 협박하고,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끝없이 결정을 번복한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기 보다 뛰어난 사람을 자기사람으로 만들고, 인정해야 한다. 또 능력있는 지도자는 구성원들을 화합시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알베로니는 “창조자, 건설자, 꿈을 지닌 자는 명령을 호소로, 복종을 동의로 이해한다”고 했다.
 
이 당선자가 “저부터 마음의 응어리가 있다면 풀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분열과 대립이 아닌, 뺄셈과 나눗셈이 아닌 ‘덧셈’과 ‘화합’으로 이끌기 바란다.

끝으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실용 정부’가 기억할 일이 있다. 정권은 유한하고, 평가는 냉혹하다는 세상의 이치다.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한 달여쯤 친구 K를 만났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다.
 
답은 그랬다. 이번에 선택한 진보 성향의 정부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다시 한 번 진보진영이 권력을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엄습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07년. 국민들은 또 한 명의 지도자를 선택했다. 굳이 보수 대 진보를 말하자면 보수 진영에서 지도자가 나왔다.
 
향후 5년의 행보와 평가에 따라 차기 또는 차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들의 잣대가 변할 것이 분명하다.

10년 만에 되찾았다는 보수진영의 정권교체가 향후 5년 후에 다시 심판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