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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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지인 댓글 0건 조회 710회 작성일 08-01-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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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者)냐 인(人)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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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 보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되어 있기에 새로 등장하는 “이명박 정권”도 그런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가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지금 까지는 당선자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대통령 된 사람에게는 “놈 자(者)”를 쓰기 보다는 “사람 인(人)”자를 쓰는 것이 대접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누군가가 내놓은 것이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에 반대이다. 말만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 낯간지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택시나 자가용을 운전하는 사람들을 “운전수”라고 불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운전기사”라는 엉뚱한 존칭이 등장하더니 요새는 “운전”은 아예 빼고 “기사”로 통한다.

“기사”는 어느 기술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만 주어진 칭호인데 요새 세상에 운전은 누구나 하는 것인데 “기사”가 과연 적합한 호칭인가.

그렇다면 “목수”는 응당 “목사”가 돼야 하는데 교회의 “목사”와 혼동 될까 걱정되어 아직도 “목수”인가. “장애인”과 “장애자”가 다르지 않다.

지? ㎸脩瓚?그렇게 해서 되지는 않는다. 내용이 더 문제가 된다.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 당선인이 다르지 않다. 공연히 말을 바꾸어 내용 없는 “존경심”을 덧붙이려 하지 말라.

한해를 보내며
                        진실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래도 정권교체를 이룩
                        했으니 대단한 한 해가 아니었다고 할 수 없지 아니한가.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진 사람
                        이 이 땅에 1천만은 넘는다. 조국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
                        었다.

                        그런데 이 한 해를 보내면서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일이
                        가지 있다. “특검법”이 어거지로 국회를 통과하여 내년
                        2월이면 물러날 노무현 책상에 와 있었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 권한으로 거부권 행사를 해달라는 국민은 그에게
                        애걸하지 않았다.

                        아무리 “특검법”으로 칼을 휘둘러도 이명박 당선자에게
                        상처가 가지 않을 것을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패배자들의 분풀이일 뿐 그 이상의 아무런 가치나
                        효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무현 자신의 사람됨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대장부답게 용단을 내려, “국가
                        와 민족의 장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 나
                        노무현은 거부권 행사를 합니다”라고 한마디 남기고 그
                        자리를 물러나면 온 국민이 “저 사람도 인물은 인물이다”
                        라고 하며 떠나는 그에게 꽃다발을 안겨 줄 것이 분명한데,
                        그걸 못하다니 정말 속이 뒤집힌다.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5년의
                        세월을 보냈으니 나라꼴이 무엇이 됐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