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준수 앞장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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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질서 준수 댓글 1건 조회 854회 작성일 08-01-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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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인이 신년사를 통해 “선진화의 시작을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국민에게 제안했다.
 
 ‘법과 질서의 준수’는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취임을 앞둔 대통령 당선인이 신년사에서 기대에 찬 국민에게 던진 첫 화두치고는 너무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 사회가 성숙한 발전을 이루고 선진사회로 도약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이다.
 
 우리가 경제 규모면에서는 세계 12위지만 법질서 분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를 상기할 때,
 
 법질서 준수의 요구가 현 상황에서 선진사회 진입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당선인은 “떼법이니 정서법이니 하는 말도 우리 사전에서 지워버리자”고 했다. ‘떼법’이나 ‘정서법’은 법치주의에 철저하지 못했던 그간의 우리 세태를 풍자한 신조어들이다.
 
 집단 이기주의에 파묻혀 떼를 지어 억지를 부리면 법에 어긋나는데도 그 억지가 통하곤 했다는데서 ‘떼법’이라는 말이 나왔고,
 
이 ‘떼법’을 가능하게 한 것이 ‘집단적 생떼쓰기’를 때때로 묵인하고 감싸왔던 ‘국민정서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억지를 뜻하는 떼법은 애초에 합리성이 없다. 이성적 대화와 합리적 설득보다는 물리적 실력행사를 더 우선시하던 정치판에서,
 
자기 주장의 관철을 위해서는 남에게야 어떤 피해가 돌아가든 상관없이 폭력과 불법까지도 불사하던 불법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떼법’이 통용될 수도 있음을 목도했다.
 
국민정서법은 우리 국민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에 이성적 판단에서 가끔씩 멀어질 때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이 떼법, 정서법 때문에 합리적인 해결의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먼 길을 둘러가는 불합리한 타협을 강요당하곤 했다.
 
 국가의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는 등 많은 대가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것들은 이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서둘러 정리해야 할 대상들이다.
 
 물론, 국회가 만든 법이 국민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이익과 욕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거나 국민이 바라는 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서 ‘떼법’과 ‘정서법’의 출현을 자초한 적도 없지 않았다.
 
 이런 잘못된 법과 제도는 당선인의 말대로 법과 제도 자체를 합리적으로 고치면 된다.

떼법과 정서법으로 인해 실추된 법과 질서의 권위를 회복하는 최상의 길은 국가기관의 ‘예외없는 추상같은 법 집행’에 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법 집행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도로를 막아놓고 경찰관이 지나가는 모든 차의 운전자에 대해 음주 측정을 할 수는 없다.
 
운전자의 인권 침해 논란 때문이다.
 
 대신 운전중 현저한 음주 혐의를 보이는 차를 경찰관이 정차시킬 수 있고 측정 후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지면 여러 면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처벌이 내려진다.
 
 예외가 없다. 걸리기는 어려워도 한번 걸리면 끝장이 난다. 이런 강력한 법 집행이 있기에 미국에서는 법과 질서의 권위가 서릿발처럼 서 있는 것이다.

법과 질서의 준수에 대통령 자신을 비롯한 국가기관 스스로가 앞장서야 함은 물론이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들부터 법을 어긴다면, 어느 국민이 때론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을 지키려고 하겠는가.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는 안 된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준법의 대가로 오히려 더 손해를 보는 사회는 더더욱 곤란하다.
 
 ‘법과 질서가 통하는 사회 만들기’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선진 미래사회로 가는 주춧돌이다.
 
주춧돌이 튼튼해야 집을 잘 지을 수 있고 또 그 집이 오래간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