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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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 가지 댓글 0건 조회 773회 작성일 08-01-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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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건달과 양아치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선량한 사람이 보기에는 건달이나 양아치나 다 동일한 부류이지만, 그 세계에서는 나름대로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고 한다.

건달세계에는 그 나름대로의 질서와 의리라는 것이 있다는데, 그 질서와 의리를 지키면 건달이요 아니면 양아치라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에는 밝은 구석과 어두운 구석이 다 있게 마련인데, 그 어두운 구석에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일본에서는 야쿠자로 대변되는 폭력배들을 소탕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일이 있다.
 
지금도 그 법이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일본에는 이 법이 시행되면서 예기치 못했던 난제가 발생했다.
 
야쿠자들이 세력에 따라 지역을 분할하던 때에는 밤거리가 오히려 안전했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사고가 생기면 그 지역을 관장(?)하던 조직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기에, 조직 내에서 조직원과 그 지역을 자체 관리하였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예기치 않은 사고는 별로 없었는데,
 
 이 법이 시행되어 큰 조직이 와해되자 소위 동네 깡패가 설쳐대는 통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사정이었을 것이고, 또 이런 사정을 이유로 조직폭력배를 유지했어야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조폭세계에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점잖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평가를 내린지는 오래됐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판이 아니라,
 
 거짓과 음모, 배신과 약육강식이 극대화된 곳이 바로 많은 국민들의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정치판의 얼굴이다.

한마디로 정치판은 양지에 나온 조폭세계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설령 정치판을 합법적인 조폭세계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질서는 있어야 할 것이다.
 
불법 조폭세계에도 질서가 있는데 하물며 합법적인 조폭세계, 그것도 헌법으로 보장된 조폭세계에 질서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판에서 지켜져야 할 질서는 무엇일까? 사람대접 받기 힘든 정치인들에게 성인군자 수준의 질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나 도덕은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정치인이 사람대접 못 받고, 정치판이 조폭세계 취급을 받은 데는 밤거리의 양아치만도 못한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여 왔기 때문이다.

최근 한나라당 대변인이 이회창 씨의 신당 창당에 대해 가능한 최대한 수준의 독설을 퍼부었다.
 
그 대변인은 이회창 씨가 창당하려는 신당에 대해 ‘설립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필요한 정당’이라며 신당의 정강정책이 ‘현실정치에 대한 이 씨의 미련’에 불과하고 그 구성원은 ‘구태 또는 철새 정치인이거나 뜨내기 정치지망생’이라는 등 말 그대로 독설을 퍼부은 것이다.

우선 이회창 씨가 추진하는 신당이 어떤 정강정책을 내세우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참여하는지 기자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정강정책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또 어떤 이유로 그 구성원들이 구태이고 철새이며 뜨내기 정치지망생인지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구잡이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판이 난장판이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한다.

신당이 표방하는 정강정책이 이회창씨의 현실정치에 대한 미련이라고 하려면 최소한 정강정책에 이회창 씨를 영구 당 대표로 옹립한다거나,
 
다음 대통령 후보를 이회창 씨로 특정을 한다거나 하는 등 합당한 비난의 소지가 있어야 할 것인데 전혀 그런 것이 없는 상태에서 비난을 한 것이라면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당설립의 이유는 만드는 사람에게 들어보면 될 것인데, 묻지도 않고 비난을 했음이 분명하니 그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이다.
 
그리고 그 정당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했는데, 사실 그 밥에 그 나물로 치자면 한나라당만한 정당이 또 있는지 의문이다.

그 밥이건 그 나물이건 중요한 것은 그 밥과 그 나물이 쉰 것인지 쉬지 않은 것인지만 보면 된다. 쉰 것으로 치자면 한나라당이 더 쉰 것 아닌가?
 
신당 참여 인사들에 대해 구태에 철새라는 것도 모자라 뜨내기 정치지망생이라고 한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다.

기자가 아는 한, 구태에 철새, 그리고 뜨내기 정치지망생은 재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에 많이 몰리고 있지, 다른 정당에 더 많이 몰리고 있지 않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은 이회창 씨의 신당 창당을 자기반성과 쇄신의 계기로 삼는 것이 마땅하지, 얼굴에 핏대를 올리며 가당치 않은 비난을 할 때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회창 씨에 대해 돌팔매질을 하고 독한 양잿물을 마구 퍼부은 그 대변인이 바로 이회창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던 16대 대선 내내 이회창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인사라는 점이다.

신의가 땅바닥에 떨어지다 못해 천길 낭떠러지로 내동댕이쳐진 최소한의 정치 도의, 인간적인 배신을 보며 집권을 해도 바뀔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 우리 정치의 미래를 덮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함이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