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嶺湖南)의 가풍(家風)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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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호남(嶺湖南) 댓글 1건 조회 1,433회 작성일 08-01-1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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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길게 내려온 태백산맥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척추뼈와 같다. 그래서 영남의 기질은 척추뼈 기질이다. 척추는 몸의 기준이 되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영남은 수백 년 동안 나라의 중심을 잡아왔다.
 
충청과 호남을 비롯한 기호지방은 들판이 많고, 먹을 것이 많았다. 우리 몸의 가슴과 아랫배에 해당한다. 아랫배에는 창자를 비롯한 내장기관이 많이 들어 있다. 나라의 먹을 것과 배부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척추가 기준축이라면 가슴과 아랫배는 포용과 배부름을 상징한다. 이러한 산세와 기질적인 차이는 집안의 가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양쪽의 수백 년 된 명문가를 답사해본 경험을 간추려 보면 영남의 명문가는 청빈과 강직한 일화가 많다. 반면에 기호지방의 명문가들은 남에게 베풀었던 적선의 일화가 상대적으로 많다. 안동의 보백당(寶白堂) 집안에 내려오는 일화도 그렇다.
 
 이 집안의 고택에 걸린 편액에는 '오가유보물(吾家有寶物) 보물유청백(寶物唯淸白)'이라는 글귀가 걸려 있다.
 
 '우리 집안에 보물이 있는데, 그 보물은 오로지 청백뿐이다'라는 말이다. '청백이야말로 가장 큰 보물'이라고 여기는 자존심이 보백당 집안에 500년간 내려오는 가풍이다.

고성 이씨 저택인 임청각(臨淸閣)에는 '생치(生雉) 다리' 이야기가 전해 온다. 손님이 왔는데, 밥상에 올릴 반찬이 없어서 하인에게 꿩을 잡아오게 하였다. 이 꿩의 다리를 불에 굽지 않고, 날것 그대로 손님 밥상에 올렸다는 일화이다.
 
 만약 꿩 다리를 구워서 올리면 그 손님이 먹을 것이고, 먹고 나면 다음 손님 대접할 반찬이 없어진다. 그래서 생꿩 다리를 그대로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이다. 충청도 청원의 경주이씨 집안에서는 거지에게도 상을 차려주었다.
 
밥 먹던 거지가 놋쇠 밥그릇을 훔쳐 달아나자, 그 안주인이 하인에게 나머지 밥그릇 뚜껑마저 거지에게 갖다 주라고 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현대 현정은 회장 조부인 무송 현준호는 적선가였다. 일제강점기에 광주의 거지들 수백 명을 매주 한 번씩 모아놓고 식사를 제공하곤 하였다.
 
현준호에 관한 여러 적선담(積善談)을 오늘날까지도 광주의 원로식자층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영남집안을, 부자들은 기호집안을 둘러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