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이 이러한데도 자율?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방종 댓글 0건 조회 754회 작성일 08-01-14 08:28

본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무책임한 자유는 방종이다. 타인의 자유와 공동체 발전을 침해한다.

 

대학의 자율성도 다르지 않다.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 전제될 때 의미를 갖는다. 무책임한 대입 자율화는 공교육 황폐와 사교육 팽창만 낳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 대학의 사회 책무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답을 구하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다. 엊그제 이른바 주요 대학들이 치른 통합형 논술고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자연계열 논술고사에서 21개 논제 가운데 7∼8개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형 문제였다. 나머지 문제 역시 문제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주관식 시험에 가까웠다.

 

서울대가 거듭 강조했던 창의력이나 사고력 측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문계 논술도 8개 가운데 절반 이상의 논제는 답이 정해져 있는 서술형 문제에 가까웠다.

고려·연세·서강대는 고교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문제를 출제했다.

주요 대학들의 이런 출제 행태가 교육부 논술 지침에 어긋나는지 여부는 둘째다. 정부만 바뀌면 지침이 무력화되리라는 건 대학이나 수험생이나 이미 예상했던 터였다.

요즘 대학들은 마지막 남은 금기인 영어 지문까지 부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추세라면 본고사 부활은 시간 문제다. 이것이 중고등학교에 끼칠 영향은 자명하다.

수험생들은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출제 경향에 맞춰 입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서비스는 사교육 시장에서나 제공된다.

부유층 아이들은 초·중등생 때부터, 이런 경향에 잘 적응하는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에 매달린다. 교실은 더 빨리 붕괴하고, 사교육은 더 번창한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그러나 자율화의 첫 조처로 본고사 부활부터 꾀하는 이른바 주요 대학들에 어떤 사회적 책무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명박 당선인은 자율화해도 본고사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3단계 대학입시 자율화 방침은 이런 전망 위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이제 어찌할 건가.

 통계청 발표로 지난해 교육물가 상승률(6.0%)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2.5%)보다 2.4배나 높았다고 한다. 상승을 주도한 건 대학 등록금 인상과 사교육비 증가였다.

그리고 지난해 초등학생 미취학률은 15%에 이르렀다고 한다. 상당수가 조기유학 때문이다.

살인적 입시, 살인적 사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누가 막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