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속에서 존재를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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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 댓글 0건 조회 745회 작성일 08-01-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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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그제 중앙위원회를 열어 심상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대통령선거 뒤 책임 논란으로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지 보름여 만에 비로소 수습의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민노당은 비대위에 당 혁신과 비례대표 전략공천의 전권을 주기로 했다. 이들 문제와 함께 쟁점이 됐던 종북주의 논란이나 분당론도 수그러든 느낌이다.
 
당이 계속 싸움 속에 표류하다간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모두가 절감했기 때문일 게다. 늦었지만 당으로선 그나마 다행이다.

심상정 비대위원장 말마따나 민노당은 “오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많은 동지들의 열망” 위에 세워졌다.
 
 그들이 바란 당이 오늘의 민노당은 아닐 것이다.
 
 ‘계파별 안배’나 ‘정파 조직’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올리고, 같은 당의 동지들을 다른 당보다 더 불신하고 매도하는 당이 ‘먼저 간 동지’들이 꿈꾼 정당일 순 없다.
 
또 관성적인 싸움에 그칠 게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좀더 현실적인 방파제와 설 땅을 마련해줘야 하는데도 결과적으로 이에 실패했다면,
 
그래서 국민이 보기에 당이 정파 간 말싸움과 자리다툼 따위에 열중하는 것으로 비쳤다면, 민노당의 지난 몇 년은 ‘그들만의 살풀이’일 뿐이다.
 
지난 총선 뒤 불과 4년 만에 처참하게 쪼그라든 지지율은 그에 대한 엄혹한 심판이다.

이대로의 민노당은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면 앞으로 할 일도 분명하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정파·이론·노선 따위를 허망하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마당에선 그런 데 연연해할 이유가 없다.
 
민주노총이나 전농, 전교조 등 배타적 지지단체들의 지지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
 
민노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다수 서민의 지지는커녕 이들 단체 조직원들의 지지조차 온전히 얻지 못한 것은, 바로 이들이 오늘의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국민 대중임을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노당의 혁신도 이론이나 조직보다 이들의 필요와 요구에 눈길을 돌리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지단체와의 관계를 포함한 조직 전반과 당내 정치문화, 기풍을 바꿔야 할 게다. 양보와 헌신도 새롭게 요구될 것이다.
 
그런 각오 없는 혁신은 말에 그칠 뿐 감동을 주지 못한다.
민노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한 논의는 진작부터 있었다.
지금은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