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시장 ‘큰장’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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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재시장 댓글 0건 조회 683회 작성일 08-01-16 13:01본문
2008년 1월의 대한민국.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사상 최대의 인재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몇 가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우선 새 정부 출범이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숫자는 8000여 명에 이른다. 총리와 각 부 장·차관, 각종 정부위원회 수뇌부와 공기업의 핵심 임직원들이 대상이다. 물론 이들을 모두 바꾸는 것은 아니다. 인수위 관계자는 “재직 중인 사람들의 임기를 존중하고 정부개혁을 감안하면 당장 인선해야 할 사람이 2000여 명”이라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이 해당 기관의 책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요인은 4월 9일의 총선이다. 경쟁률이 4대1이라고 보면 대략 1000여 명이 여야 또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된다. 출마 희망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은 총선 승패가 공천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당 지도부는 보다 실력 있고, 보다 참신하고, 보다 전문적 식견이 있는 인물들을 발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의원 교체율은 58%였다.
셋째 요인은 이번의 인재 이동이 10년 만의 정권 교체 결과라는 점이다. 여야가 뒤바뀐 것이다. 당연히 정무직의 경우 기능적 이유에서 연속성을 가져야 하는 일부 자리를 제외하고는 현직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새 얼굴로 채워지게 된다. 새 정부와 새 국회 등 공적 영역에서 당장 필요한 사람이 수천 명인 만큼 이들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구인과 구직의 엘리트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15일 “1987년 대선과 88년 총선은 4개월 차이였지만 전두환 대통령에서 노태우 대통령으로 정권이 연장됐었다”며 “이번에는 정권 교체까지 맞물려 역대 최고의 인재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적 영역 내부의 후속 인사까지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여권의 경우 인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당선인의 평가다. 이 당선인은 실무형 전문가를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선 “이론보다 현장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앙대 장훈 교수는 “20년 만에 이념을 중시한 이상주의에서 현장을 중시하는 현실주의로 전환한 것”이라며 “인물 기준도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고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인재시장에서 발탁되는 인물군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엘리트 시장에선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물밀 듯 사람들이 밀려들지만 쓰고 싶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는 딜레마다. 장·차관 등 정부직 인선 작업을 주도하는 정두언 비서실 보좌역은 “대한민국에 사람이 너무 없다. 대한민국이 좁은 나라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 보좌역은 “중국도 문화혁명을 하고 나서 사람이 없었다. 우리도 야당 10년 동안 공적 영역에서 쓸 만한 인적 자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구여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4·9 총선에 출마해도 당선이 어렵다는 절박감이 있다. 공적 영역에서의 인재 교체 바람은 사적 영역의 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혈연·지연·학연 등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 네트워크의 특징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미 이 당선인의 고향(포항)과 모교(동지상고-고려대) 출신에 대한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투표로 뽑힌 최원병 농협 회장이나 신한은행 인사에서 임기가 끝난 부행장 6명 가운데 유일하게 중임된 이휴원 부행장은 이 당선인의 고향과 고교 후배다. 장훈 교수는 “새 정부의 성패는 얼마나 폭넓게 현장에서 사람을 찾아내 쓰느냐에 달렸다”며 “다양하고 개방적인 인재 기용 통로를 찾아내야 정치적 전리품을 나누는 식의 구태 인사를 재연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8000여 자리=현행법상 대통령 명의로 인사가 이뤄지는 자리의 총 숫자다. 총리·감사원장 각 1명과 장·차관급 150명, 고위 공무원·검사 등 국가 공무원 6600여 명,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위원 등 149명, 대법관 등 헌법기관 26명, 정부 소속 각종 위원회 위원 1200여 명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