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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작업이 끝나 개편안이 확정됐다. 발표된 뒤 정부 각 부처의 반응들을 살펴보자.
△죽이기 보다는 살리기가, 살리기 보다는 키우기가 어렵나니
정부조직개편에서 가장 주목을 받아 온 부처가 통일부.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잠깐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이 장관은 "답답하고 오늘 그야말로 멍한 상태였다. 통일부를 살리고 죽이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새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어떤 철학을 갖고 임할 것인지가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통일부 직원들은 "정말 폐지되는 것이냐, 살린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좀처럼 납득이 안 된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궁극의 목적과 방향을 통일로 가져 갈거냐 핵무기 폐기와 개방으로 갈거냐는 다르다"면서 "핵무기 폐기하고 개방하는 것은 미국의 목표와 똑같은 것이고 우리의 문제는 민족과 통일이 아닌가" 반문했다.
그러나 인수위 측은 "통일부를 살린다는 논의는 이뤄진 적이 없고 처음부터 초지일관 없애는 쪽으로 갔다"고 밝혔다.
한편 충격이라는 반응과 달리 "통일부에서 대북관계에만 묶이기 보다는 외교라는 큰 틀에서 대북관계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공직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무대가 넓어질 수도 있다"는 전향적 입장도 일부 있는 듯하다.
△정통부, 신년인사가 작별인사로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정보통신 신년인사회 석상에서 심경을 토로했다.
"자축인묘... 12간지를 정할 때 우직한 소가 본래 1등이었는데 소뿔에 매달려 있던 쥐가 1등을 낚아챘다 한다. 세상 일이 소처럼 우직하기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IT 산업발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성장이 어려울까 걱정이고 조정기능이 필요할 때 부처 간에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통부 직원들은 "정보기술 강국으로 끌어 올린 성과가 있는데 폐지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1948년 체신부로 출발해 60년을 이어 온 정통부, 우정총국 시절부터 따지면 1884년이니 124년 역사를 이어 왔는데 결국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됐다. 2008년 신년인사회가 그대로 송별회가 되어버렸다.
과기부 쪽은 "국가적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연구개발이 아니라 정치력을 키워서 살아남았어야 했나보다라는 자조적인 탄식이 많았다.
특히 교육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을 담당할 인재과학부가 온 국민의 교육열풍으로 과학기술을 소홀히 할까 봐 걱정 많이 하는 눈치. 통일부처럼 어느 한 부서로 모두 옮겨가는 게 아니라 교육과 산자로 기능을 나눠 분산통합되는 것도 충격을 더했다.
어떻게 하소연이라도 해볼까 하다가 워낙 처음부터 폐지로 못을 박고 나오는 통에 손을 들어버린 국정홍보처의 반응이다.
"복잡한 미디어 시대에 국정홍보를 통합해서 다룰 부서는 꼭 필요할 텐데 시행착오를 겪어보면 알 것"이라는 반응도 있고, "기자실 폐지 통폐합 문제로 조직을 망쳐 놓은 사람은 이미 배가 침몰하기 전에 다른 자리 찾아 날아갔다"며 일부 간부들의 행태를 비난하기도 했다.
본부와 해외홍보원, 정책방송 등에 유난히 별정직 공무원이 많은 게 국정홍보처라 특히나 고용유지 문제가 심각하다.
해양수산부도 "한달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이제 와서 무슨 충격에 울분이 있겠냐"는 반응. 특히 농림부로 가지 않고 해양항만, 수산, 환경 셋으로 조직을 갈라서 흩어져 기가 막힌다는 분위기다.
961년까지는 해무청으로 있다가 폐지되면서 기능이 분산됐다가 1996년에 해양업무를 다시 모아 해수부로 새출발 했는데 11년 만에 다시 간판 내리고 기능 분산.
여성부도 보건복지부로 건너가면 남녀양성 평등 정책은 아무래도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침통한 표정이다.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여성부를 살리려 집회도 열고 로비도 하고 애를 많이 썼는데 특히 "이명박 당선인이 후보시절에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흥분하는 분위기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정부혁신전문가들과 오찬자리가 있었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작은 정부가 일면 타당성은 있지만 검증된 적은 없다. 5년 내내 싸웠는데도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관념을 바꿀 수가 없었다. 기능을 나누어 전문화하지 않은 채 커다란 부처를 두는 게 어떤 근거에서 나왔고 어떤 성과를 가져 올 지 알 수 없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