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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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리는 감동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08-01-17 21:14본문
‘우생순’이란 약칭으로 불리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오랜만에 등장한 괜찮은 한국 영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우승 못지 않은 감동을 온 국민에게 안겨준 ‘아줌마’ 핸드볼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개봉 일주일 만에 벌써 관객 100만 명을 넘겼다. 한국 영화가 전반적으로 죽을 쑤는 요즘이기에 이만한 관객은 아주 반가운 신호다.
며칠 전 우생순을 보았다. 조조 할인. 4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두 번이나 콧등이 시큰해지는 낭패(?)를 겪었다(사실 눈물도 조금 흘린 것 같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야비하기 짝이 없는 제비족이던 박원상이 여기서는 전직 핸드볼 선수이자 사업에 실패해 자살까지 기도하는 착한 가장(규철)으로 나왔다. 박원상의 가족사랑 연기에 콧날이 한 번 찡해졌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덴마크팀에 안타깝게 패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어쩔 수 없이 누선(淚腺)이 한 번 더 요동쳤다.
왜 나는 다 아는 이야기, 뻔한 스토리에 또 감동 먹었을까. 우생순의 임순례(47) 감독은 내게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감독으로 각인돼 있다. 3류 신세로 전락한 기타리스트가 업소에서 술손님의 짓궂은 요구에 못이겨 벌거벗고 기타를 치는 장면은 정말 찡했다. 사회적 루저(loser·패배자)에 대한 자신의 따뜻한 시선을 냉정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우생순에서도 주부선수들은 이혼했거나 가정사정이 어려운 실패자 또는 소수자다. 그들이 모여 우승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렇다면 나는 감동받을 준비를 미리 하고 영화관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까.
우생순은 세계 최초의 핸드볼 소재 영화다. “관객이 예상 밖으로 많은 것은 아닌갚고 묻자 임순례 감독은 “스포츠라는 장르에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원초적인 힘이 분명 있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아테네 올림픽이라는 실제 경기가 갖는 아우라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영화 주제가 힘들고 지친 한국인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도 동감이다. 그러고 보니 하고많은 케이블TV 채널 중에서도 나는 지나간 스포츠 명승부를 틀어주는 채널을 즐겨 찾는다. 한 채널에서는 벌써 만 2년이 지난 토리노(이탈리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수시로 방영한다. 나 말고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증거다. 진선유 선수가 엄청난 파워로 트랙 바깥쪽을 치고 나가 선두를 빼앗는 장면은 암만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볼 때마다 감동이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도 재방영의 단골 소재다. 마치 대한민국에 새로운 인종이라도 생겨난 듯한, 김연아만의 맵시와 연기는 보고 또 봐도 넋을 잃게 만든다.
며칠 전에는 우생순 못지않은 감동을 줄 영화 소재가 또 탄생했다.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다. 주인공은 강광배(35·강원도청). 감독 겸 선수다. 아메리카컵 대회에 출전했으나 장비가 없어 주최 측에 500달러를 내고 빌렸다. 옆구리에 ‘SALT LAKE 2002’라는 글자가 선명한 빌린 봅슬레이로 14일 동메달을 따냈다. 강씨도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운동을 포기했던 ‘루저’ 출신이다. “굳이 썰매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강씨는 씩 웃으며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감동에 목말라 한다. 굳이 영화나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든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다. 남에게 감동 줄 처지는 못 되더라도 누군가 감동적인 일을 해내면 기꺼이 가슴이 미어질 태세가 돼 있다. 뻔히 아는 경기 결과인데도 우생순을 찾고, 봅슬레이 대표팀에 흐뭇해하고, 누군가가 전철 선로에 쓰러진 여인을 구했다는 뉴스엔 “뉘 집 아들인지”라며 고마워한다. 우리 모두 감동에 목마른 존재라는 걸 되새기자. 그러면 각자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사롭게 대하고, 정치인이나 관료라면 보다 더 조심하고 세심해지지 않겠는가.
며칠 전 우생순을 보았다. 조조 할인. 4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두 번이나 콧등이 시큰해지는 낭패(?)를 겪었다(사실 눈물도 조금 흘린 것 같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야비하기 짝이 없는 제비족이던 박원상이 여기서는 전직 핸드볼 선수이자 사업에 실패해 자살까지 기도하는 착한 가장(규철)으로 나왔다. 박원상의 가족사랑 연기에 콧날이 한 번 찡해졌다. 한국 대표팀이 결승전에서 덴마크팀에 안타깝게 패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어쩔 수 없이 누선(淚腺)이 한 번 더 요동쳤다.
왜 나는 다 아는 이야기, 뻔한 스토리에 또 감동 먹었을까. 우생순의 임순례(47) 감독은 내게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감독으로 각인돼 있다. 3류 신세로 전락한 기타리스트가 업소에서 술손님의 짓궂은 요구에 못이겨 벌거벗고 기타를 치는 장면은 정말 찡했다. 사회적 루저(loser·패배자)에 대한 자신의 따뜻한 시선을 냉정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우생순에서도 주부선수들은 이혼했거나 가정사정이 어려운 실패자 또는 소수자다. 그들이 모여 우승 일보 직전까지 갔다. 그렇다면 나는 감동받을 준비를 미리 하고 영화관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을까.
우생순은 세계 최초의 핸드볼 소재 영화다. “관객이 예상 밖으로 많은 것은 아닌갚고 묻자 임순례 감독은 “스포츠라는 장르에는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원초적인 힘이 분명 있다고 믿었다”고 답했다. “아테네 올림픽이라는 실제 경기가 갖는 아우라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영화 주제가 힘들고 지친 한국인에게 용기와 위안을 주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도 동감이다. 그러고 보니 하고많은 케이블TV 채널 중에서도 나는 지나간 스포츠 명승부를 틀어주는 채널을 즐겨 찾는다. 한 채널에서는 벌써 만 2년이 지난 토리노(이탈리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수시로 방영한다. 나 말고도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증거다. 진선유 선수가 엄청난 파워로 트랙 바깥쪽을 치고 나가 선두를 빼앗는 장면은 암만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볼 때마다 감동이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도 재방영의 단골 소재다. 마치 대한민국에 새로운 인종이라도 생겨난 듯한, 김연아만의 맵시와 연기는 보고 또 봐도 넋을 잃게 만든다.
며칠 전에는 우생순 못지않은 감동을 줄 영화 소재가 또 탄생했다.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딴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이다. 주인공은 강광배(35·강원도청). 감독 겸 선수다. 아메리카컵 대회에 출전했으나 장비가 없어 주최 측에 500달러를 내고 빌렸다. 옆구리에 ‘SALT LAKE 2002’라는 글자가 선명한 빌린 봅슬레이로 14일 동메달을 따냈다. 강씨도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운동을 포기했던 ‘루저’ 출신이다. “굳이 썰매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강씨는 씩 웃으며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한다.
우리는 감동에 목말라 한다. 굳이 영화나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든 감동받을 준비가 돼 있다. 남에게 감동 줄 처지는 못 되더라도 누군가 감동적인 일을 해내면 기꺼이 가슴이 미어질 태세가 돼 있다. 뻔히 아는 경기 결과인데도 우생순을 찾고, 봅슬레이 대표팀에 흐뭇해하고, 누군가가 전철 선로에 쓰러진 여인을 구했다는 뉴스엔 “뉘 집 아들인지”라며 고마워한다. 우리 모두 감동에 목마른 존재라는 걸 되새기자. 그러면 각자 남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사롭게 대하고, 정치인이나 관료라면 보다 더 조심하고 세심해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