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부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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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부문화 댓글 1건 조회 867회 작성일 08-02-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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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가 다니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심장병 예방 및 퇴치를 위한 기부금 모금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왔습니다.
 
시민단체가 아이들과 함께 심장병 퇴치운동을 펼친다는 내용과 함께 기부자 이름과 금액을 적도록 한 서식도 보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기부와 관련한 웹페이지를 만들고 친구들이나 가족, 부모의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부를 받는 방법, 모금 목표액을 정할 것 등도 자세히 설명돼 있습니다.
 
 모금액에 따라 줄넘기, 티셔츠, 물통을 선물로 주고 150달러 이상을 모으면 추첨을 통해 4인 가족 디즈니월드 여행권도 보내준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앵벌이'를 시키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한국 같으면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노력해서 모은 돈이 의미 있는 곳에 사용된다는 보람을 느끼도록 한다는 교육 차원의 일 같습니다.

교실에 크레용, 풀, 연필, 종이 등 학용품이 떨어지면 담임 교사들은 종종 통신문을 보내 자발적 기부를 당부하기도 합니다.
 
세계 최부유국인 미국의 교육 예산이 그렇게 부족한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기도 하지만 한 사람당 기부액을 20달러가 넘지 않도록 제한한 것을 보면 이 역시 돈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기부를 생활화하려는 교육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미국 사회의 기부운동은 어린이만 내세우는 게 아닙니다. 주소와 이름을 어떻게 알았는지 카터 센터, 휴먼라이츠 워치 등 인권단체는 물론 기아, 에이즈 퇴치 단체 등의 반송용 우편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우편함에 가득히 쌓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타던 승용차를 기부해 달라는 광고도 흔합니다. 매달 발부되는 전기·수도요금 청구서 한쪽에는 기부금을 적는 공간이 있고, 신문사들은 휴가기간 신문이 배달되지 않을 경우 구독료 차액을 기부할 것인지 물어 오기도 합니다.

미국의 기부문화 가운데 독특한 점은 풀뿌리 선거 정치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는 점일 겁니다.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간 한치 양보 없는 접전이 열기를 더하는 것은 바로 일반 국민이 주머니를 털어 보내는 선거자금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에서는 유명 인사나 로비스트들의 거액 기부에만 관심을 보이지만 사실 대선 후보들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를 통해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기부받은 돈으로 하루하루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오바마 의원은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5달러를 동봉해온 한 할머니의 편지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끔 김밥을 팔아 평생 모은 거액을 대학에 기부하는 할머니들이 감동을 주기도 하고,
 
재벌이 천문학적인 이벤트성 장학금을 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미국에서의 기부는 일반인의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