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부 대 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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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 정부 댓글 0건 조회 719회 작성일 08-02-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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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몸’에 대해 시대는 강박증상을 보인다. 너나 없이 다들 날씬한 몸 추구에 열심이다.
 
과체중은 '나쁜 것', 군살은 ‘빼야 할 살’로 규정한다. 많은 이들이 체중감량을 실천목표로 삼고 심지어는 마른 몸, 너무 마른 몸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날씬한 몸만큼이나 ‘작은 정부’에 대해 우리사회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나날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조직을 18부 4처에서 13부 2처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56개인 중앙행정기관은 43개로 줄인다고 했다. 416개로 늘어난 각종 위원회는 그 절반 정도만 남기겠다고도 했다.
 
 조직이 줄면 공무원 수가 줄 것은 자명한 이치. 그런 조직개편만으로 공무원 수는 6000명 이상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대다수 언론은 인수위의 작은 정부를 향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군살을 빼는 것이라며 짝짝 박수 치는 지지 보도를 했다. 대통합신당에서조차 ‘작은 정부’ 지향에 동의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쓴소리’ 조순형의원도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지지발언을 했다. 주위에서도 작은 정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를 보기 어렵다. ‘작은 정부’에 대한 지지와 호감만이 확인되는 시대이다.

‘작은 정부’를 좋아하고 ‘큰 정부’를 무조건 싫어하는 분위기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기에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5년 간 공무원 수의 증가, 각종 위원회의 범람, 공기업에의 코드 인사 배치 등을 비판한 기사를 수 없이 접했던 국민은 참여정부가 늘린 공무원 숫자가 4만3702명이며 참여정부가 늘린 나라 빚이 1.5배 가까이 된다는 데 놀랐다.
 
국민의 정부 말 127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참여정부 5년 만에 301조원으로 늘어났다니 싫었다.
 
공무원 수를 늘린 정부는 큰 정부, 큰 정부는 돈 많이 쓰는 정부며 나라 빚을 늘리는 정부라는 공식이 은연 중 형성되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현 청와대는 참여정부는 큰 정부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대통령비서실이 최근 만든 ‘그림으로 보는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자료를 보면 주장의 근거는 둘이다.
 
양극화, 고령화사회 현안에 대처하고 대국민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을 늘렸기 때문에 숫자의 증가만 따져 큰 정부라고 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첫째 근거다.
 
공무원 1인당 인구 수를 따져볼 때 참여정부는 주요 OECD국가들 정부에 비해 현저히 공무원 수가 적다는 것이 둘째 근거이다.
 
늘어난 공무원은 교원 2만2536명을 비롯하여 검역과 특허심사 인력, 경찰, 집배원, 교정원, 고용지원인력, 재난안전인력 등 대국민서비스를 하는 인력 위주고 공무원 1인당 인구 수는 참여정부가 41.4명인 데 비하여,
 
일본은 30.4명, 미국과 독일과 프랑스는 2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청와대비서실 주장근거가 얼핏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늘린 대국민서비스인력이 꼭 필요인력이었는가 여부,
 
국가예산규모 같은 변수를 뺀 채 공무원 1인당 인구 수를 국가간 단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 여부를 고려해 현 청와대비서실이 펴는 주장은 더 따져볼 일이다.

‘작은 정부’ 예찬론자에는 미국의 3대 대통령 제퍼슨, ‘시민 불복종’을 쓴 철학적 사상가 소로우가 있다.
 
그들이 외친 “가장 적게 지배하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라는 말은 매혹적으로 들린다. 국민에게 자유와 권리와 불간섭을 보장한다는 말로 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 ‘작은 정부’라는 말은 그렇게 매혹적인 것만도 아니고 단순한 것만도 아니다. 작은 정부가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작은 정부’를 무조건 지향하는 우리의 요즘 태도는 한 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전세계의 많은 정부가 친 시장적 정부개혁을 유행처럼 시도하여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 지향의 이유는 똑같지 않다. 서구의 많은 정부는 복지국가의 위기 의식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가 사회복지영역에 너무 과도하게 개입하여 국가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은 정부 지향의 이유이다.
 
 그에 비하여 현재 우리의 대통령직 인수위는 발전국가의 위기의식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정부가 경제영역에 덜 개입하겠다는 자세, 사회지출수준은 낮추고 투자지출수준은 촉구하겠다는 입장이 그를 말해준다.

과거 3~6공화국 시기 우리나라는 정부가 경제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느라 큰 정부를 운영했던 역사가 있다. 지금 이 시대는 정부가 국가의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등 경제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경쟁력도 없고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니 대통령직 인수위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맞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어 본 적도 없는데 발전국가 위기론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니 복지서비스에 의존적인 계층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점이다.
 
어느 나라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복지를 향상시킨 사례는 없다. 또 레이건 행정부가 개편한 작은 정부를 본떠야 한다는 주장들을 쉽게 하지만 레이건 행정부의 작은 정부가 당시의 미국 환경보호청을 불문곡직 구조조정함으로써 환경문제에서의 상당한 후퇴가 있었고 오늘의 부시정부에까지 그러한 자세와 영향이 미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런 주장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인수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더라도 잃기 쉬운 것, 놓치기 쉬운 것을 살펴 보완하는 지혜가 기대된다. 언론은 '작은 정부'에 대해 일제히 예찬만 할 일이 아니다. 주문도, 지적도, 비판도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