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출근…한밤퇴근…휴일없고…‘과로 정부’ 탈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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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휴일 댓글 1건 조회 1,783회 작성일 08-03-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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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출근…한밤퇴근…휴일없고…‘과로 정부’ 탈날라


[한겨레]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벽형 업무 스타일’과 ‘월화수목 금-금-금’ 근무체제에 정부 부처청와대에서 벌써부터 비효율과 피로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삼일절이자 토요일인 지난 1일 정부 과천청사에는 국·과장 70여명이 이윤호 새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려고 모두 출근했다.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에도 일부 국·과장들이 업무보고를 했고, 오후 1시엔 관련 간부들이 장관과 함께 인천 현대제철과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을 방문했다. 이 장관은 이번주부터 아침 7시께 출근하고, 간부회의도 아침 7시30분으로 1시간 당겼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기획재정부와 농수산식품부 등 과천청사의 다른 부처들도 새 장관들이 취임한 뒤부터 출근시간을 30분~1시간씩 앞당겼다. 서울 세종로청사의 외교통상부는 앞으로 간부회의를 토요일 열기로 했다. 간부회의를 하면 실무자들도 모두 나와야 한다. 외교부에선 “외교 업무의 특성상 일요일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제부터 ‘주7일 근무체제’에 돌입하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토요일은 직원의 4분의 1, 일요일은 4분의 3이 출근하도록 지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공무원들이 ‘일찍 출근, 늦게 퇴근, 휴일 근무’로 긴장하는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있는 관례다. 다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스스로 ‘노 홀리데이’를 내세우며 국무회의를 1~2시간 앞당기는가 하면, 심야회의도 자주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일선 공무원들 사이엔 벌써 걱정과 함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지식경제부의 한 사무관은 “장관이 취임사에서 ‘요소 투입형 양적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지식과 현신에 기반한 선진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새벽부터 자정까지 일하는 게 지식기반형이냐”고 반문했다. ‘일과 삶의 균형’, ‘가족 친화적 직장문화’와 같은 선진 고용정책을 추진해 온 노동부나 보건복지가족부는 앞으로 기업들로부터 ‘너나 잘하세요’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물론 새 정부 출범 이후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공무원들도 있다. 환경부의 한 사무관은 “사실 장관에게 보고할 시간을 잡으려면 워낙 일정이 빡빡해 아랫 사람들은 기약 없이 대기하기가 일쑤였는데, 아침 일찍 업무가 시작되면 그 시간에 보고가 가능해 편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팀장도 “과거에는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이번엔 단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구체적인 정책현안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부터 긴장해서 챙기니까 이전보다 더 신속하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엔 멍해져 서류 안보여

그러나 대부분 인사·조직관리 전문가들은 최근의 공무원 근무형태 변화를 ‘후진’이라고 지적한다. 과로노동이 장기화할 경우 자발성과 창의력이 점차 떨어져, 결국 ‘낮은 효율-낮은 성과’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의 황성현 이사는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일찍 나와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좋지만, 전체 조직 구성원들이 마지못해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는 문화로 이어지면 성과를 내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부터 피로누적에 따른 업무효율 저하를 얘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서관들의 경우 거의 집에서 새벽 5시께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초기라 각오를 새롭게 다지자는 측면은 있겠으나 오후가 되면 멍해져서 서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사컨설팅업체인 휴잇어소시어츠의 김동철 이사는 “리더들은 일을 많이 해야 하지만 ‘무휴일’이 직원들에게 강요되어서는 곤란하고, 지금처럼 5년을 간다면 큰 문제가 된다”며,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선진국 정부처럼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강조했다. 김규원 성연철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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