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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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알아야면장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08-03-09 00:20본문
옛날 어디 군수가 면장들을 모아 놓고 회식을 했다. 상에는 삶은 닭이 올라왔고, 없던 시절이라 면장들의 젓가락이 바빴다. 그때 어떤 면장이 닭의 꽁지를 톡톡 치며 말했다. "군수님 닭은 여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역시 알아야 면장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면장이 그 부분을 먹어버린 거였다. 이런 고얀지고, 결국 '괘씸죄'로 파직되었다. 알았기에 면장 목이 잘린 것이다. 후로 사람들은 닭의 꽁지를 '면장 대가리'라 부른다고 한다.
요즘, 면장의 목을 자른 그 '면장 대가리'가 또 잘린다. 기름투성이라 살찐다고 아예 잘라서 파는 것이다. 그러니 시골에서 닭을 잡아 왔을 때나 꽁지를 맛본다. 요전 제삿날이 그날이었다. 튼실한 놈이라 꽁지도 통통했다. 그런데 누나를 따라온 조카들이 야식집에서 치킨을 시켜달라고 졸라댔다. 어머니는 "닭 놔두고 뭔 닭을 시키느냐"고 꾸짖었다. 순간 '치킨'이 '닭'이지만, 튀기면 '치킨', 삶으면 '닭'으로 뜻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확실히 다르다. '닭'은 뭐 하나 버리는 게 없고, '치킨'은 죄 버리고 가슴, 날개, 다리만 튀겨 낸다. 예전에 닭을 잡으면 똥집이며 내장까지 일일이 손질했고 꽁지도 꼭 챙겼다. 설날보다 좋은 그날, 일가족은 밥과 김치로 안 되는 지방을 섭취했다. 마침내 남은 뼈까지 죄다 깨물어 빨았으니 숭고한 소비였다. 대충 뜯고 남기는 '치킨'과 달랐다.
치킨이 배달되었다. 녀석들은 닭다리를 잡고 포장지에 쓰인 영어를 읽어댔다. 먼 훗날 녀석들이 자라 제사상에 프라이드치킨을 올릴 때쯤, 누가 '면장 대가리'의 맛을 알까 싶었다. 꽁지를 '대가리'로 표현한 오묘한 말의 맛, 영어단어도 아닌데 누가 기억할까 싶었다. 닭의 꽁지를 두고 잠시 말과 맛의 미래를 염려했다.
요즘, 면장의 목을 자른 그 '면장 대가리'가 또 잘린다. 기름투성이라 살찐다고 아예 잘라서 파는 것이다. 그러니 시골에서 닭을 잡아 왔을 때나 꽁지를 맛본다. 요전 제삿날이 그날이었다. 튼실한 놈이라 꽁지도 통통했다. 그런데 누나를 따라온 조카들이 야식집에서 치킨을 시켜달라고 졸라댔다. 어머니는 "닭 놔두고 뭔 닭을 시키느냐"고 꾸짖었다. 순간 '치킨'이 '닭'이지만, 튀기면 '치킨', 삶으면 '닭'으로 뜻이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
확실히 다르다. '닭'은 뭐 하나 버리는 게 없고, '치킨'은 죄 버리고 가슴, 날개, 다리만 튀겨 낸다. 예전에 닭을 잡으면 똥집이며 내장까지 일일이 손질했고 꽁지도 꼭 챙겼다. 설날보다 좋은 그날, 일가족은 밥과 김치로 안 되는 지방을 섭취했다. 마침내 남은 뼈까지 죄다 깨물어 빨았으니 숭고한 소비였다. 대충 뜯고 남기는 '치킨'과 달랐다.
치킨이 배달되었다. 녀석들은 닭다리를 잡고 포장지에 쓰인 영어를 읽어댔다. 먼 훗날 녀석들이 자라 제사상에 프라이드치킨을 올릴 때쯤, 누가 '면장 대가리'의 맛을 알까 싶었다. 꽁지를 '대가리'로 표현한 오묘한 말의 맛, 영어단어도 아닌데 누가 기억할까 싶었다. 닭의 꽁지를 두고 잠시 말과 맛의 미래를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