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10년에 쪼그라든 열정,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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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단 댓글 1건 조회 1,520회 작성일 08-03-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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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교육 목마른 교사들

최상위권 성적으로 출발 해외 교육현장 연수는 꿈

진로·상담 강의가 고작 시스템이 엘리트 사장시켜


수능 성적 175점(200점 만점), 전국 석차 0.5% 이내, 토익 930점….
 
서울 A고교에 근무하는 사회과 교사 김모(33)씨의 '이력서'는 화려하다. 2001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후 잘 다니던 대기업을 뛰쳐 나왔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작년 말 대학 입시에서 대부분 대학교의 사범대학은 최상위권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서울교대 입학 성적은 연세대와 고려대 중상위권 학과와 비슷하다.
 
교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임용시험 경쟁률은 평균 10 대 1이 훌쩍 넘는다.

교사들은 들어올 때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교직생활 10년 뒤에도 이들이 우리 사회 엘리트로 남아 있을까.

김 교사의 대기업 입사 동기인 정모씨가 지난 1년간 받은 재교육을 보자. 마케팅팀인 그는 작년 10월 일주일간 하루 8시간 마케팅 강의를 들었다.
 
모든 재교육은 수준별 강의로 구성되며, 실제 사례를 적용한 케이스 스터디로 이뤄진다. 3월에는 5일간 식스 시그마(6 sigma·품질 혁신운동) 교육을 받았다.

그의 목표는 5년차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는 해외 경영대학원(MBA) 입학. 학비는 전액 회사 부담이다.
 
정씨는 요즘 사내 온라인 강좌로 토플 강의를 듣고 회사가 지정한 어학원에서 무료로 회화 수업을 듣고 있다.

이에 비하면 김 교사가 지난 4년간 받은 재교육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부임 첫해인 2004년 8월 그는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진로·상담 과정을 들었다.

"학생들이 담배를 피웠으면 혼내시면 안 돼요. 왜 피웠는지 묻지도 마시고…."

이론서를 줄줄 읽다시피 하는 강의는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강의가 한두 시간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아이고 답답해. 점수나 채우고 가자"는 소리가 나왔다.
 
작년 9월에는 3주짜리 논술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었지만 역시 도움이 안돼 듣지 않고 프로그램을 켜놓고만 있었다. 연수시간은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도움되는 연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꿈꿔 왔던 2주짜리 해외 연수는 10년차 이상에게만 기회가 돌아갔다. 교직생활 4년, 그는 아예 기대를 접었다.

국내 교사 연수에 투입되는 시간당 연수비용은 3000원이 채 안 된다. 반면 대기업 사원 정씨가 받는 사내 연수비용은 시간당 2만원 선이다.
 
2006년 통합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전국의 교사 9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수가 학생 지도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교사는 25.7%에 불과했다.

이것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 대한민국 교사의 현주소다. 엘리트 인재들이 '선생님'으로 들어오지만 잘못된 시스템으로 이들의 열정과 지식은 공중에서 사라지고 있다.
 
무너진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사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교실에 '좋은' 교사가 없다면 우리 자녀들에게는 '좋은' 교육도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