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만 있고,교육은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 댓글 1건 조회 840회 작성일 08-03-10 21:06

본문

새로운 대통령의 취임을 맞은 지금은 한 발짝 물러서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기에 좋은 시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으며 나는 모든 것들이 다 잘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계획들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영어교육 증대를 위해 많은 계획들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5년간 2만 3000명의 영어전용교사를 고용하고,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교육을 확대하는 등 막대한 투자를 통한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영어교육을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히도록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훌륭한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영어 공교육 강화 계획이 인문 교육에 따른 추상적인 혜택을 추구하기보다는 영어를 잘해서 보다 좋은 직장을 갖게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 걱정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영어를 잘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이런 일반적인 생각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필리핀보다 훨씬 적지만,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영어 공교육 강화와 같은 제안들을 보면서 정부나 기업이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던 1970년대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2008년의 한국은 1978년의 한국과는 너무나 다르다.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적인 경제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만약 이 대통령이 정말 비즈니스의 힘을 믿는다면, 그는 한국 최고의 비즈니스와 가장 창조적인 리더들이 자유시장에서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에 보다 힘을 쏟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한국 학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영어의 부족이 아니라, 교육의 부족이다. 한국은 학교(schooling)에는 집착하지만 교육(education)에 대해서는 너무나 적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학교와 교육은 같은 것이 아니다. 학교에 대한 집착은 좋은 성적을 받아서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에 입학하여 한국의 엘리트 사회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교육은 지혜를 배우고 세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깊고, 균형이 잡힌 교육은 보다 창의적인 세대, 창조적인 기업가와 리더의 세대를 키워내는 데 최고의 토대가 된다. 교육을 계량화하기는 더 어렵겠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고용을 하느냐가 교육의 질을 가늠한다.
 
 만약 한국 기업들이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맞추어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대에서 형편없는 학생이 되기를 택한다.
 
그보다 덜 유명한 학교에서 훌륭한 학생이 되는 것보다 좋은 직장을 얻는 데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학입시에 매달린다.

만약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한국에서 강력한 영어문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영어 공교육에 많은 돈과 자원을 들여서 그렇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진정 필요로 하지도 않은 것을 하도록 강요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돈과 시간, 에너지만 낭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만약 현대 사회의 도전과 기회에 준비된 시민들을 만들고자 한다면, 매우 다른 전략이 요구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를 탄력적이고 역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기업가들에게 우호적인 경제로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이 하룻밤 새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구글과 야후의 세계, 이것이 바로 미래의 모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