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안 한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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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투기 댓글 0건 조회 734회 작성일 08-03-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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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 인구조사 기록이 여럿인데, 웬일인지 다윗이 병적을 파악하느라 벌인 전국적인 인구조사가 신의 노여움을 샀다.
 
다윗은 삼년의 가뭄, 석 달 동안 적의 칼에 쫓기는 것, 사흘간 온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는 것 가운데 하나의 벌을 받아야 했다. 다윗은 세 번째 벌을 골랐고, 역병이 퍼져 7만명이 죽었다고 성서엔 기록돼 있다.

다윗이 받은 벌에 대한 기억은 서양에서 인구조사를 오랜 세월 금기로 만들었다. 체계적인 인구조사는 실용적 태도를 가진 미국의 국부들이 헌법에 10년마다 인구조사를 하게 하는 조항을 두고서야 비로소 이뤄졌다. 미국은 1790년 인구조사를 벌였음에도 계속 번창했다.
 
 신의 노여움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들면서, 인구조사는 유럽 나라들로 빠르게 번져갔다. 금기란 이렇게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만들어지고, 한번 뿌리내리면 쉽게 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공직자나 공직 후보자에게 심심찮게 화를 안기는 게 골프와 부동산 거래다. 200만명이 넘게 즐기는데도, 골프는 여전히 공직자가 함부로 즐길 스포츠가 아니다.
 
골프장은 환경 파괴의 대명사이며, 서민과는 거리가 멀고, 검은 거래가 이뤄지는 자리라는 나쁜 인식이 큰 까닭이다. 부동산 거래도 위장전입 같은 불법행위와 자주 연관되고, 일반인은 알기 어려운 개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큰 까닭에 힘있는 이들의 거래는 그 자체만으로 의심을 산다.

공직자들이 자유롭게 골프를 즐기고 부동산 투자를 맘대로 해도 되는 시대가 열릴까? 그러려면 그런 금기를 만들어낸 뿌리부터 먼저 잘라내야 한다. 골프가 누구나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고, 부동산 거래가 큰돈 버는 길이 못 되게 해야 한다.
 
 뉴라이트싱크넷 멤버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지난주 한 방송토론에서 “땅 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라고 했다. 정말 바보 같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