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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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자 댓글 0건 조회 1,442회 작성일 08-03-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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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부

미디어오늘|기사입력 2008-03-11 14:00 기사원문보기
[바심마당]박상주 논설위원

우리는 바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지난 6일 MBC ‘100분토론’에서 “땅 투기 안 한 사람이 바보”라고 했다. 홍 교수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출신이자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뉴라이트 산하 뉴라이트싱크넷 멤버다.

땅 투기로 수십억 원대의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새 정부 각료들을 두둔하는 말이었다. 땅 투기는 고사하고 빚만 잔뜩 지고 있는 우리는 바보일 수밖에 없다. 군대 안 가는 건 꿈도 못 꾸고, 세금 한 번 밀린 적 없이 꼬박꼬박 냈고, 물가가 조금 오른다고 생계 걱정을 하는 우린 바보들이다.

바보들의 생활이 점점 곤궁해지고 있다. 당장 바보들이 즐겨먹는 자장면, 빵, 두부, 달걀 등의 가격이 줄줄이 뛰고 있다. 서너 달 전 1000원 하던 파 한 단 가격이 2000원으로 껑충 뛰었을 정도다. 국제유가의 폭등과 함께 자동차 기름 값, 난방비 등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걸 해결하겠노라며 이명박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출범 이후 내놓은 정책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부자들에게 큰 이득을 돌리는 내용들이다. 이른바 'MB노믹스'의 실체가 결국 부자들을 위한 경제정책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몇 가지 사례만 꼽아보자. 먼저 양도소득세 완화로 누가 득을 봤을까. 한마디로 강남 부자들에게 고스란히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이번 달 20일부터 시행되는 소득법 개정안에 따르면 6억 원 이상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가 집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이 완화된다.


시가 6억 원 이상인 아파트를 집주인이 20년 이상 소유하면 최대 80%(기존 45%)까지 세금이 공제된다. 그 수혜자의 70%가 강남 주민들이다. 집값 안정을 명분으로 내놓은 정책이 부자들 세금만 깎아주는 결과를 낳게 된 꼴이다.

이명박 정부는 또 10일부터 유류세를 10% 내렸다. 이 역시 정유회사와 대리점, 주유소 사장님 등 부자들의 주머니만 더 두둑하게 해주고 있다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가장 우호적인 보수신문들조차 세금 인하분이 유통마진에 흡수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올해 경제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기업 세금 크게 깎아주고, 기업규제 널널하게 풀고, 시장개입을 해서라도 환율을 안정시키고, 그래서 올 경제 성장률 6% 안팎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올 물가상승률을 3.3% 수준에서 묶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지만, 결국 방점은 '6% 성장'에 찍혀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6% 성장과 3% 초반의 물가상승 억제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합이라고 말한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물가 억제보다 성장 드라이브로 가겠다는 것이다. 사상 유래 없는 원유·원자재·곡물 값 급등과 함께 세계 시장은 이미 사상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으로 진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과연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인지, 또한 다분히 인위적인 색채가 짙게 풍기는 경기부양책의 부작용은 없을 것인지도 우려된다. 결국 그로 인한 물가상승과 부작용은 대부분 우리 바보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으로 주어질 것이다.

또한 환율이 안정되면 수출을 하는 대기업들은 좋겠지만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은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은 '1%의 부자'들이 아니다. 바로 땅 투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국민 대다수 '바보'들이다. 그런대도 수십억~수백억 원대의 재산가인 부자 대통령과 부자 장관들은 '부자들을 위하고, 바보들을 울리는' 정책들만 줄줄이 내놓고 있다. 부자의, 부자에 의한, 부자를 위한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