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왜 등을 돌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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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젊은이들은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08-03-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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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보신당의 창당 과정이 한창이다.
 
 갈라지고 만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 다하지 못한 사명을 진보신당이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신당 창당의 의미는 단순히 북한에 대한 비현실적 시각의 교정만은 아니다.
 
더욱 심층적인 차원에서 진보정당의 체질, 조직 운영의 미시적 메커니즘부터 변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치적 진보의 문화적 보수성이 공고화해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과거 민노당에서는 20대들의 무관심을 놓고 한탄해 왔다.
 
 거기다가 지난 대선에서 민노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 20대들(3.5%)보다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 20대들(15.9%)이 거의 5배나 되고,
 
 이명박 후보의 20대 지지자(42.5%)들은 거의 12배 가까이 됐다는 사실은 많은 민노당 활동가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20대들의 성향을 전체적으로 ‘보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20대의 40∼50%는 자신들을 스스로 ‘진보’로 규정한다.

그러면 그들의 ‘진보’가 왜 민노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민노당 진보의 문화적 ‘코드’가 그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호는 ‘진보’였지만 당의 현실을 지배한 것은 보수적인 장유유서 원칙과 패거리적 정파 등 지하서클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조직 메커니즘들이다.
 
 과연 핵심 당직자들 중에서 20대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됐을까?
 
외국 진보정당에서는 유망한 20대 활동가들을 사회에서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전략적으로 공천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국회에서는 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중 2명은 20대 초반의 학생이며, 종합적으로 30살 미만의 국회의원은 전체 169개 의석 중 13명이고 거의 다 진보정당들에 속해 있다.
 
스웨덴 국회에서는 30살 미만의 17명(전체 의석은 349석) 의원 중에서 5명은 사민당과 좌파당, 녹색당 등 좌파 계통이다.
 
최연소 국회의원이 1971년생인 한국에서 ‘20대 국회의원’은 마치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민노당은 과연 기타 정당에 비해서 20대들의 당직 등용에서라도 더 많은 실적을 냈던가?

민노당을 이끈 것은 80년대 운동권의 ‘베테랑’들이었는데 그들은 권위주의 정권과 싸우면서도 연령질서와 같은 권위주의 사회의 일상 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특정 정파 영향 아래 있는 학생 조직의 관계자가 아닌 ‘일반적’ 20대 진보주의자들을 외면해온 정당에 20대들이 왜 지지를 보내야 하는가?
 
 지난 대선에서 20대들의 민노당에 대한 무관심은 80년대까지 당연시됐던 장유유서의 원리를 버리지 못한 80년대식 ‘운동권 정당’의 업보랄 수 있었다.

진보정당이 중시해야 할 많은 소수자 그룹이 있다. 이주민들, 성 소수자들, 장애인들도 진보정당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시대에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등록금과 취직 불안, ‘어린 것들’에 대한 사회 곳곳의 차별로 고통 받는
 
 ‘88만원 세대’ 청년들이야말로 진보정당이 가장 집중적으로 챙겨주고 당 내외의 각종 일에 등용시키는 당의 핵심 중의 하나가 돼야 된다.
 
자본주의가 오히려 왜곡하고 고질화시킨 장유유서와 같은 봉건시대의 유습들을 진보정당이 앞장서서 청산하지 않으면 과연 누가 청산하겠는가?
 
 진보신당의 각종 행사에서 노회찬·심상정씨에게 도전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과감하게
 
 ‘대드는’ 고등학생, 대학생, 젊은 노동자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야 문화적 보수주의로 유명했던 ‘자주파’와의 결별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젊음’과 ‘대듦’은 진보의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