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족구 하며 팡팡 논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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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방관 댓글 0건 조회 1,156회 작성일 08-03-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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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동만 없으면 온종일 탁구와 족구를 하거나 TV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국무총리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소방관들의 글로 도배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시작된 ‘화재 특별경계 100일 작전’에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여건을 조목조목 나열하는 이들의 호소에 냉소적 반응도 뒤따랐다. 위에 소개한 것처럼 “출동 없으면 족구만 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일선 소방관들의 생각은 어떨까. 운동을 단순히‘노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시내에서 근무 중인 한 소방관은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직업인 만큼 하루에 2시간 정도 반드시 체력단련을 해야 한다”면서 “일선 119센터 중 별도의 체력단련실이 없는 곳은 족구 외에 달리 할 게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를 들것에 싣고 옮기는 과정에서 늘 허리 부상의 위험에 노출된 구급대원들은 운동의 필요성을 특히 절감한다. “체조만 꾸준히 해도 피할 수 있는 게 허리 부상입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바로 출동하면 (허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몸을 풀어줘야 합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소방서를 견학했다는 한 네티즌은 블로그(kr.blog.yahoo.com/feublot)에 체코 프라하 소방관들이 족구를 즐기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체코 프라하 소방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이 족구하는 소방관을 보고 욕하는 체코 사람은 없었다”고 소개했다. (아래 사진 참조)

 실제로 소방관들은 업무의 일환으로 체력단련을 요구받고 있다. 소방방재청 훈령 128호 ‘소방활동 안전관리규정’ 20조는 “소방공무원 등은 자신에게 적합한 체력단련 및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소방관서 장은 소속 직원들이 규칙적으로 체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눈총이 워낙 따가운 만큼 소방관들 사이에서도‘일과 시간 중 운동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소방관은 네이버 카페‘소방발전협의회’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출동대기가 주 임무라 체력단련 명목으로 각종 운동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민들이나 타 공무원의 생각은 다르니 평일 낮엔 (운동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한 관계자는 “요즘 오후 6시 이전에는 족구 등 운동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대신 6시 이후나 토요일, 일요일엔 체력단련을 장려하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