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개 같은 인생”…도지사의 독선행정 질타 | | | ㆍ풍자전북도청 직원 내부 홈피글 파문
전북도청 공무원이 공무원들만 접속이 가능한 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김완주 도지사의 독선 행정을 질타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3시쯤 한 직원이 ‘무명씨’라는 아이디로 올린 “개 같은 내 인생”이란 글은 3시간 만에 조회수가 1150회를 넘어섰고 7일 오후 1700여회를 기록했다.
도청 본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숫자가 1016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조회수다.
이 공무원은 “누구 하나 큰소리내 이야기하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불평을 늘어놓는 게 현실”이라면서 “다같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속시원히 말할 수 있는 장을 열어 볼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하루를 “마당만 쓸다 날이 저문다”라고 전제한 뒤 “난무하는 유사·중복성 요구자료와 불요불급한 보고서와 회의자료를 만들고 또 만들고 하느라 우리 본연의 일은 후순위거나 미결서류철에 재워두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또 김완주 지사의 이름을 빗대 “金決(김결), 完決(완결), 主決(주결)”이라 칭하며 김 지사의 ‘결재 독식’을 꼬집었다.
그는 “보고서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4~5개의 결재라인을 밟는 동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것”이라며 “모든 결재 시스템이 도지사에서 시작되고 도지사에서 끝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이어 “집안살림 하나하나를 주인이 다 챙기면 머슴놈은 죽어나며 우리가 바라는 건 용장도 지장도 아닌 덕장(德將)”이라면서 “우리는 사무원(私務員)도 사무원(事務員)도 아닌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이 글에 대해 도청 공무원들은 상당부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다는 입장이다.
전북도청의 한 담당급 공무원은 “지사의 행정 스타일은 전시적이고 고집이 강한 반면 직원들은 언로가 막혀 답답해 하는 와중에 터져 나온, 하위직들의 함축된 의견으로 보인다”며 “참모들 가운데 입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완주 지사는 특별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의견개진 통로가 개방돼 있는데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은 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며 “이런 내용에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전주 |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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