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권하는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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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사회 댓글 0건 조회 831회 작성일 08-04-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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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8년 통계연보’가 지난주 나왔다.
 
 이 연보는 각종 사회지표를 100개의 범주로 나눠 지표별로 국가간 비교를 했다. 그중 한국이 순위가 가장 높거나 가장 낮은 지표는 열한 개다.

가장 우려스런 지표가 사회적 공공지출 비율이다.
 
① 국내총생산(GDP)의 5.7%로 OECD 평균인 20.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취약계층의 삶이 기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책임을 거의 지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이 상황은 한국 사람 삶의 근원에 불안감을 조성해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규정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가 최장시간을 자랑하는 근로시간이다. 국가가 개인을 책임지지 않기에 일자리가 있는 동안은 최대한 긴 시간 일을 하고자 하는 강박성이 나타난다.
 
② 한국 근로자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357시간으로 OECD 평균 1777시간보다 580시간 더 길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치면 무려 72일을 더 일하는 것이다.

실직을 하면 좋은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구직활동만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표도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③ 전체 경제활동 여성에 대한 구직활동만 하는 여성의 비율이 비교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오랫동안 구직활동만 하기는 더욱 어려워서
 
④ 12개월 이상 구직활동만 한 장기 구직자가 전체 구직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비교국가 중 가장 낮다.

한국의 어른들은 자신들이 일에 빠져 있듯 자녀들을 ‘교육’에 빠뜨린다.
 
⑤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가계의 공‘교육’비 지출액 비율 2.8%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교육에 관한 한, 돈 내놔라 하는 데 저항하지 않는 한국 학부모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⑥ 국제학력평가의 읽기 부문에서 한국이 1위를 한 것은 이런 교육열의 결과다. 문제는 이런 교육열이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⑦ 한국에서 남자 고졸자의 소득에 대한 남자 대졸자 소득의 비율은 1.27로 비교대상 국가 중 최하위다. 한국에서 대졸자가 사회적 수요를 초과해 과잉공급되고 있음을 뜻한다.

⑧ 한국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 수의 비율이 94.0%로 비교국가들 중 가장 높다. 가구의 컴퓨터 보급률이 한국과 거의 같은 일본의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 수의 비율이 60.5%인 것과 비교해 보면 한국이 얼마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일과 ‘교육’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틈이 생겼을 때 인터넷과 같이 즉각적으로 자극을 공급하는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시간 죽이기를 철학자 하이데거는 ‘공허하게 함’의 깊어진 방식이라고 말한다.

불안하고 강박적이고 공허한 삶을 살다 보면 아이를 기르는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⑨ 한국 여성 한 사람이 낳는 아이의 수는 1.08명으로 OECD 평균 1.63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진화론의 시각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는 가장 살기 힘든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 지속 가능 개발이나 기후변화 같은 의제는 멀게만 느껴진다.
 
⑩ 에너지 공급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OECD 전체 6.5%에 크게 못 미치는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⑪ GDP에 대한 보건지출액(정부지출액과 가계지출액의 합계) 비율에서는 OECD 국가 중 30위다. 또 유엔개발계획의 수명과 건강 척도에서는 OECD국가 중 21위다.
 
30위 수준의 비용을 지출해 21위 수준의 성과를 낳은 것으로 보면 의료 전달체계의 효율성은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