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백두산 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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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산 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08-04-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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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도를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지도 속에 마치 수수께끼와 같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 사진이나 현재의 지도들이 지리 정보를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는 반면, 고지도에는 지형이 어렴풋이 나타나 있어 그 당시의 상황을 추측하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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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토문강과 두만강을 다른 물줄기로 보고 있지만 목책 부분이 잘못 그려져 있다. 실제로 목책은 정계비와 토문강을 연결했다. (아래) 백두산 인근 지역의 모습이 정확하게 표시된 지도 중 하나다. 울타리는 표시돼 있지 않지만 토문강이 정계비와 맞닿아 있다. 여기에서도 토문강 물줄기는 끊겨 있다. <서울대 규장각 소장>

백두산 정계비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고지도는 많은 추측을 낳는다. 다른 지역과 달리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백두산 지역의 고지도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몇 가지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국경 표시 여러가지 형태 존재

첫째로는 백두산 정계비가 표시된 것과 표시되지 않은 것이 있다. 둘째로는 토퇴(土堆), 석퇴(石堆), 목책(木柵) 등 울타리가 표시된 것과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울타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조선과 청의 영토를 긋는 것이므로 신중을 기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간도 지역이 우리 땅임을 은연중에 드러냈을 수도 있다.

셋째로는 울타리가 표시된 지도를 다시 3~4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압록강과 두만강을 울타리로 연결한 경우다. 대동여지도가 대표적이다. 위성 사진으로 보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지도다. 정계비가 있는 곳에서 두만강 상류는 엄청나게 거리가 멀어서, 이렇게 연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토문강과 두만강을 울타리로 연결한 경우다. 정계비와 가까이 있는 토문강 줄기가 두만강과 비슷하게 흐르면서 이 두 물줄기를 울타리로 연결한 것이다. 이것 역시 위성 사진과 비교하면 틀린 것이 된다. 토문강은 두만강과 같은 방향으로(동쪽으로) 가는 듯 보이지만 북쪽으로 흘러 송화강에 합류한다. 나머지 하나는 두만강과 별개의 강인 토문강을 일부분만 그려넣고 정계비와 토문강 사이를 울타리로 연결해놓은 것이다.

끊어진 토문강의 물줄기를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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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아래 물줄기가 두만강이고, 왼쪽 아래 물줄기가 압록강이다. 정계비와 연결된 강은 토문강 물줄기다. 지도에는 강 이름이 적혀 있지 않다. 위성 사진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도 중 하나다.
<서울대 규장각 소장>
이 지도야말로 현대의 지도, 위성 사진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 지도에 토문강의 일부만 그려진 것은 당시 청의 영향력을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계비에 적힌 토문강이 지도에서 송화강으로 합류하고, 이 지도를 청이 만약 입수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고 남을 일이다. 외교적으로 큰 논란이 될 수도 있었다.

토문강의 물줄기는 그렇게 끊긴 채 상상 속에 존재할 뿐이다. 비록 고지도에서는 끊겨 있지만 가만히 토문강을 응시해보길 바란다. 그 물줄기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금방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윤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