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의 후예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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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산 댓글 0건 조회 877회 작성일 08-04-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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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끝났다.
 
지난 열 하루 동안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무사히 돌아왔다. 열하루 동안의 짧고도 신비로왔던 우주인 이야기는 아쉽게도 막을 내렸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만들기는 260억원짜리 ‘리얼리티 쇼’이자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소연씨가 탄 로켓을 발사하는 장면은 국민을 숨죽이게 했다.
 
 이소연씨가 보여주었던 우주생활은 황홀 그 자체였다. 대기권 진입부터 구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긴장과 초조의 극치였다.
 
 일반인들 중에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는 선정적인 출발부터가 대단원의 서막이었다.
 
후보 선발에서부터 우주비행에 참가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과정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다름없었다.
 
 드라마틱한 반전도 있었다. 소유스에 탑승할 주인공이었던 고산씨의 예상치 못한 낙마였다.
 
 클라이막스를 앞두고 돌연 예비 우주인이었던 이소연씨로 교체됐다. 반전에 대한 해명은 석연찮았지만 드라마의 묘미를 살리기엔 충분했다.
 
 이번 리얼리티 쇼를 바라보는 뜨거운 시선들 중에는 따가운 눈초리도 있다.
 
 우주인이냐 우주관광객이냐, 정부 주장대로 우주실험 참가자냐 등등 그녀를 지칭하는 명칭부터 논란거리였다.
 
 비행사나 과학자도 아닌 이소연씨를 선택한 점에도 비판이 따른다.
 
공군비행사나 과학자 같은 전문가를 보냈어야 옳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26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기에는 아까운 단막극이지 않느냐는 비난도 있다.
 
 쇼든 드라마든 성공의 최대 관건은 스타 탄생에 있다. 이소연씨는 단연 온 국민의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부터가 그렇다. 하나 반짝 스타여서는 안된다. 그녀에게는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이공계 전국 수석이 의대를 간 나라다. 수많은 이공계 출신들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의 아픔을 맛보아야 하는 땅이다. “내 자식은 절대 이공계를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풍토가 만연한 곳이다.
 
 대한민국의 어린 새싹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주어야 한다. 온 국민들에게 이공계의 중요성을 전파해야 한다.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주쇼가 이소연씨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대한민국에게는 위대한 발걸음’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게 숱한 논란을 무릅쓰고 우주인 스타를 만들어낸 목적이다.
 
 이공계라 해서 모두가 스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타 탄생이 있기까지는 수많은 조연들의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 조연이 있기에 스타가 존재할 수 있다.
 
이번 우주인 드라마의 조연은 단연 고산씨가 으뜸이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소유스에 탑승하는 영광을 놓친 그다. 그의 묵묵한 희생이 있었기에 이소연씨가 국민적 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는 자기 대신 이소연씨를 로켓에 태워 보내고도 좌절하지 않았다.
 
꿈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 기회만 오면 다시 우주인에 도전하겠다고 일기장에 썼다. 이번 우주쇼를 성공리에 이끈 최고의 주인공은 바로 고산씨다.
 
제2의 이소연이 있기까지 우리는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까.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고산의 후예들이 기다려진다.
 
우리에겐 아픔과 좌절에 굴하지 않는 수많은 고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앞에서 갈채받는 이소연도 더 많이 배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