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과 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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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식량과 연료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08-04-2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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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좋은 것 같은데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일들이 있다.
 
식량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바이오연료가 그렇다. 가장 실용화된 바이오연료는 에탄올이다.
 
브라질에서는 에탄올이 석유에 버금가는 에너지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되는 에탄올은 가솔린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학설이 유력하고 ‘재배’할 수 있는 연료라는 점에서 한번 쓰고 마는 화석연료와 다르다.

이 에탄올이 최근 유엔식량기구에서 생산 중단을 요구할 만큼 눈총을 받는 이유는 사람 먹이기에도 부족한 식량을 자동차에 먹일 수 있느냐다.
 
 50ℓ짜리 자동차 연료통에 채울 에탄올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먹일 1년치의 옥수수가 들어간다고 한다.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말도 나오지만 나는 그보다 경제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브라질의 경우에는 대체연료로서의 에탄올이 경제성도 있다.
 
브라질 다음의 최대 에탄올 생산국인 미국은 브라질에 비해 땅값과 인건비가 비싸고 사탕수수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옥수수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경제성 있는 에탄올을 생산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미국은 2022년까지 에탄올을 연간 1360억ℓ 생산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켰다.
 
의무화한다는 것은 농업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생산량은 265억ℓ였고 80억 달러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미국이 이처럼 에탄올을 중시하는 이유는 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주가 아이오와라는 데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미 대통령 예비선거는 끝없이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는 아이오와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여기서 선두로 치고 나가야 선거에 유리하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2030년까지 연간 에탄올 생산량을 2270억ℓ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2000년 대선에서 에탄올 생산의 의무화를 쓸데없는 취로사업이라고 비난했다가 아예 아이오와 코커스를 포기해야 했던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에탄올을 사활이 걸린 대체 에너지원으로 치켜세웠다.

미 대선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에탄올에서 확인된다.
 
 미 농부들이 판로와 보조금이 확보된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콩과 밀밭을 갈아엎으면 시장에서 이 곡물들의 가격이 올라가고 아마존의 밀림이 불태워지고 경작지로 바뀌어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대체연료로서 에탄올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우습게 만들면서 지구를 덥힌다.
 
 더구나 경작지는 숲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훨씬 적기 때문에 바이오연료의 활성화가 식량위기뿐 아니라 환경에 유해한 결과를 낳는다.

연료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인도의 경차 나노도 그렇다.
 
 나노는 랩톱 한 대 값인 200만원대다. 급증하고 있는 인도의 중산층은 이 차를 타고 대거 자가용족으로 합류하게 된다. 이에 질세라 중국에서도 300만원대 자동차가 나온다.
 
이제 자동차가 컴퓨터나 고급 핸드백처럼 주말 쇼핑의 대상이 되면서 앞으로 몇 년 안에 1억 명이 더 자가용을 몰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의 배출량은 나노의 연료절감 효과를 역시 무의미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고급자동차만을 생산해 신흥공업국의 중산층들에게 선진국이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을 넘보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대신 경제성장 이후 지향해야 할 문명의 가치가 에너지를 덜 쓰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선진국의 몫이고 한정된 자원을 누가 먼저 고갈시키느냐는 공유지의 비극을 멈출 수 있다.
 
저 에너지 사회가 식량의 위기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대목에서 자전거타기를 슬쩍 끼어 넣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