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못한 직원에겐 그 이유를 솔직히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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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솔직 댓글 0건 조회 961회 작성일 08-04-2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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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CEO에게 듣는다 / (1)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언론계에서는 처음으로 경영의 구루(선생)들이 후배 CEO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나눈 대화를 지상중계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CEO가 CEO에게 듣는다' 시리즈는 앞으로 세계경영연구원(IGM) CEO 학습 모임인 MMP과정의 젊은 CEO들이 선배 CEO에게서 배우는 실전 교훈을 가감없이 전달해드릴 예정입니다. 첫 회 멘토로 나선 이는 웅진출판으로 시작해 매출 5조원대 그룹으로 키워낸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3ㆍ사진)입니다.

윤석금 회장은 'CEO가 CEO에게 듣는다' 첫 번째 모임에서 독특한 인재론과 위기관리론, 사업 확장을 위한 도전의식 등 실전을 통해 배운 가르침을 후배 CEO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열린 이날 모임에는 함춘승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사장, 김희집 액센츄어 사장, 오광현 한국도미노피자 대표, 김성균 남광토건 부회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사장, 이행희 한국코닝 사장 등 세계경영연구원(IGM) MMP과정 회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인재론

Q> = 경영자로서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인사이동을 하고 난 후 뒷수습 과정이 난감한 때가 많은데요.

A> = 승진에서 실패한 사람에게는 제 경험상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부분 승진에 실패한 사람에게 '당신은 참 유능한데 이번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는 식의 얘기를 합니다. 이 사람이 능력이 있고 내년에는 꼭 승진시켜야 할 사람 같으면 괜찮습니다.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달한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 이 사람은 내년에 또 기대를 하게 되고, 내년에 승진이 안 될 경우에는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제가 승진 인사를 한 뒤에 상무 승진을 원하는 이사에게 '당신 자리는 부장이다. 근데 상무가 웬말이냐'라고 했습니다.

승진이 안 될 사람에게 헛된 기대를 주기보다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얘기해준 것입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줬더니 그 이사는 오히려 굉장히 고마워했습니다. 솔직하지 않고 순간을 모면하려고 할 경우에 더 큰 문제가 옵니다.

Q> = 회장께서 승진시키는 인재는 어떤 사람입니까.

A> = 나에게 '노(No)'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임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아랫사람들에게 나의 틀린 점을 얘기하고 나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설득하라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가 회사에 반영이 되려면 '노(No)'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예스(Yes)맨'만 있는 회사에서는 내 머리의 한계를 벗어나는 좋은 생각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Q> =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할까요.

A> = 당연히 최고 인재를 뽑아야 합니다. 최고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A급 회사에서 A급 인재를 데리고 와야 합니다. A급 회사에서 C급 인재를 데려오느니 B급 회사에서 A급 인재를 데려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최고 전문가를 데려올 때는 파격적으로 대우해줄 각오를 해야 합니다. 10%나 20% 더 주려고 하지 말고 100%, 200% 더 줄 생각을 해야 합니다. 예전에 제가 웅진코웨이 사장을 영입할 때는 이익 중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제의를 했습니다. 이 사람이 제가 찾는 A급 인재였기 때문입니다.

■기업문화

Q> = 기업문화에서 중요한 것이 노조와의 관계입니다. 노조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A> = 웅진은 노조가 없습니다. 공장이 많은데 노조가 없는 것은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것을 얘기하고 항상 경영진과 직원이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노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새한을 인수할 때 일입니다. 새한을 인수하기 전에 그곳 노조가 반대해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었습니다. 결국 제가 구미 공장으로 직접 내려가 노조원 300명을 모아놓고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웅진이 그동안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솔직히 얘기하고 이들에게 이해를 구했습니다. 툭 털어놓고 3시간30분 정도 얘기하고 나니 처음 만났을 때 인사도 하지 않았던 사람과 악수하면서 헤어졌습니다.

새한을 인수한 뒤에 교육 차원에서 다시 구미를 내려갔을 때 '우리 회장님'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보고 적지 않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도전

Q> = CEO로서 사업 확장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A> = 사업을 하려면 도전이 꼭 필요합니다. 사업 확장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자기 전문적인 것을 하면 위험이 적고 비전문적인 것을 하면 위험이 큽니다. 겁도 나고 어렵겠지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 건설 금융 에너지 등 3가지 영역을 검토했습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태양광 사업을 제일 먼저 검토했는데 여기에 대해 아는 사람이 회사 내에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해 똑똑한 사람 2명을 뽑아서 팀을 만들어 시작했습니다. 수개월간 전문가를 불러서 강의도 듣고 실제 사업하는 곳을 견학하기도 했지만 내용이 너무 어려워 사업이 부진했습니다.

이때 미국 선파워라는 태양광 사업체가 합작을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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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왼쪽에서 셋째)이 세계경영연구원(IGM) MPP과정의 젊은 CEO 20여 명에게 자신의 경영철학과 몸으로 체득한 인재관리 방법, 창업을 위한 도전정신, 투명한 기업문화 만들기 등을 얘기하고 있다.

이 업체가 한국에서 태양광을 준비하는 회사 가운데 투명기업을 찾았는데 이게 우리와 들어맞은 것입니다. 선파워와 합작한 회사는 24시간 계속 공장을 가동해도 물량을 제대로 못 맞춰 끊임없이 증설할 정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사업을 확장할 때는 전문ㆍ비전문 업종에 관계없이 그 분야 최고 인재와 일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CEO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최고 인재를 쓰면 됩니다.

Q> =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끊임없이 나오나요.

A> = 그룹 초기에는 대부분 제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중소기업들에서는 보통 CEO가 아이디어를 내는 편입니다. 최근에는 임원들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하면 그 가운데에서 제가 고르는 형식입니다.

외국이나 다른 공장을 견학할 때나 강연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외국 출장갔을 때는 TV 속 광고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웹 2.0 강의를 들으면서 아이디어 2개를 얻었습니다. '참여 개방 공유'라는 웹 2.0 취지를 활용해 앞으로 경기도 이천에 지을 어린이마을에는 웹을 통한 어린이 참여를 늘리도록 했습니다. 또 전기밥솝 쿠첸 광고에는 단순한 제품 소개 형식보다는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라고 했습니다. 강의를 사업 아이디어로 활용한 것입니다.

Q> =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A> = 솔직히 얘기하면 노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일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가 '일을 열심히 해서 뭐 할 거냐'고 물으면 '잘 놀고, 벌어 놓은 돈도 열심히 쓸 거다'라고 대답합니다. 돈을 쌓아 놓고 죽거나, 이걸 다 자식에게 꾸역꾸역 물려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쓰는 데 사치나 보석 같은 것은 관심이 없어요. 놀기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심히 일합니다. 열심히 해야만 토요일과 일요일이 즐거워요.

■창업

Q> = 창업을 한 뒤 인재에 대한 아쉬움이 많습니다. 경영 능력에 대한 불만도 있고요

A> = 회사 수준이 그 직원 수준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처음 창업할 때 직원 수준은 그 회사 규모에 맞는 수준밖에 될 수가 없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진 후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사람은 내보내야 합니다. 내보내기 전에 CEO가 충분히 애정을 주고 기회를 줘야지, 그냥 능력이 안 된다고 무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내보내게 되면 조직에 문제가 커집니다.

저는 창업멤버들 모아 놓고 '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돈을 많이 벌수 있으니 내가 하는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했습니다.

영세 중소기업일 때 상장은 꿈도 못 꾸니깐 대부분 안 하려고 하는 것을 제가 강제로 시켰습니다. 이후 회사가 잘 되면서 창업멤버들이 몇 십억 원씩을 벌게 됐습니다.

회사가 커져서 우수한 인재가 필요할 때 이런 사람들을 내보내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직원을 같은 동업자라고 생각하면 이런 게 가능합니다.

Q> =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고통은 없었나요.

A> = 제가 한 사업 가운데 성공한 것과 망한 것을 따지면 각각 반반씩은 될 겁니다.

80년대에 웅진 터미네이터라고 해서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 사업을 했는데 100억원 넘게 손해보고 사업을 접었습니다.

서울대를 나온 최고 인재 100명을 뽑아서 시작했는데 당시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일찍 시작한 사업이었습니다.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사업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리털 이불과 점퍼도 실패했고, 수학만 가르치는 학원도 수십 개 벌였다가 접기도 했습니다. 10개 사업을 해서 절반만 성공하면 잘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열 개 가운데 열 개 모두 성공할 수는 없고 손해난 것은 이익 난 곳에서 메우면 사업은 계속 확장한다고 봅니다.

■윤석금 회장은 누구?…출판사서 매출 5조 그룹으로

윤석금 회장은 1945년생으로 한국브리태니커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80년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을 창업하고 경영자 길에 들어섰다. 웅진식품과 웅진코웨이 정수기 렌탈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활발한 인수ㆍ합병을 통해 기업을 키워냈다. 올해로 28세를 맞은 웅진그룹은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환경 기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웅진케미칼(옛 새한)과 웅진코웨이를 엮어 수처리 사업으로 연결시키고 웅진에너지와 극동건설ㆍ웅진건설을 통해 태양광발전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각오다. 이는 출판에서 식품ㆍ가전으로, 식품ㆍ가전에서 다시 환경으로 이어지는 웅진의 세 번째 대변신이다. 지난해 웅진케미칼과 극동건설을 인수해 웅진그룹은 매출액 4조8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MMP과정 CEO회원 115명의 독서모임

세계경영연구원 MMP 과정은 최고경영자(CEO)들의 '평생 독서모임'이다. 격주에 한 번 모여 최신 경영서적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세계적인 경영저널을 공부한다.

회원은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남용 LG전자 부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기업 CEO 115명이다.

MMP는 독서모임 외에 CEO 10~20명이 자유롭게 참여해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는 '스터디그룹 점심 모임', 핫이슈에 대해 일주일 이내에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여는 '핫이슈 세미나' 등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