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회관 풍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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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회의원회관 댓글 0건 조회 1,503회 작성일 08-04-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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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국회의사당 입성을 앞둔 18대 총선 당선자 간에 의원회관 방 배정을 놓고 암투(?)가 치열하다. 운(運)과 기(氣)가 통하는 이른바 명당 사무실을 차지하려는 경쟁이다.

각 당은 의원회관 내 특정 층수와 구역을 사전에 국회 사무처에서 할당받는다. 이후 당은 소속 의원들이 층수와 방 번호 등을 지원하면 의원별 개인 사무실을 배당하는데, 의원 선수와 당내 지위 등을 고려해 방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다선 의원을 배출하거나 장관으로 영전하는 등 명당으로 소문난 방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반면 낙선 또는 검찰수사 등 불운을 겪은 의원들의 방은 기피 대상이다.

가령 최병렬 전 의원이 사용했던 방(423호)은 대표적 기피 대상이다.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탄핵 역풍으로 인해 2004년 17대 총선 당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배지를 잃어버렸다.

동양적인 정서로 4층에 있는 방이나 4자가 들어가는 방도 기피 대상 1호. 실제로 과거 15대 국회 때 4층을 사용하던 남평우 전 의원과 제정구 전 의원이 임기 중 작고했다. 노승우 전 의원은 허리 병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18대 총선에서도 4층에서 근무했던 의원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신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런 미신 같은 명당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최근 들어서는 누가 사용했느냐보다 한강조망권, 일조권 등이 우선 고려사항이다. 18대 국회에 첫 입성하는 고승덕 당선자(서초을)는 "햇빛을 봐야 일이 잘되는 편이라 햇빛이 들어오는 방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지상과 가까운 2~3층에 있는 방들은 전통적인 명당으로 통한다. 각 당의 중진 의원들은 저층에 주로 포진하고, 초선들은 7~8층 등 의원회관 내 고층에 자리잡는 게 관행이었다. 17대 국회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329호)을 비롯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315호),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 등 대부분의 각당 핵심 인물들은 저층 사무실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풍수지리학자는 어떻게 평가할까.

최창조 풍수학자 겸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여의도 전체가 서쪽으로 배가 떠나가는 형국이고,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은 배 앞머리에 해당돼 사공이 뱃머리에 몰려서 떠들어대는 꼴"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사당 입지 자체가 풍수적으로 그리 좋지 않은데 그 안에서 더 좋은 방을 차지하겠다고 아옹다옹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뜻도 담겨 있다. 전통적으로 일은 안 하고 말만 요란한 국회 풍토를 보면 일리 있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