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왜 늦어지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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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왜 늦어 댓글 0건 조회 1,532회 작성일 08-05-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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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를 빨리 해야 한다는 얘기를 충분히 듣고 있긴 한데…." 공기업 인사를 놓고 청와대가 푸념처럼 하는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기업 CEO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놓고 "아직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302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을 바꿔야 할 대상은 200여 개로 꼽히지만 후임 인선은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후속 인사가 안 돼 업무공백 염려가 적지 않다.

◆ 쓸 만한 사람이 없다?

= 유능한 인재를 찾아 후보로 추천하고 이를 토대로 인선안을 만드는 작업은 대통령실장 직속 인사비서관실이다.
 
 그러나 인사비서관실에서는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정말로 힘들다"며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인사비서관실 관계자는 "위에서 관료보다는 민간에서 유능한 사람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각 부처에서 관료 출신 상당수를 포함해 공기업 CEO 후보 추천안을 올렸으나 청와대에서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인사와 공기업 구조개편 작업을 연계시킨다는 원칙 때문에 조직 이기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도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총선에서 낙선한 인사는 최소 6개월간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까지 가세했다.
 
이 때문에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각 수석들도 유능한 인재가 있으면 추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검증시스템 난맥상
=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실인사, 지연인사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청와대 관련 인사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그리고 인사비서관실의 윤한홍 행정관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인수위 인사와 초대 내각, 수석비서관 인사를 주도했던 멤버 그대로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 인사는 아래로부터 추천돼 올라가는 인사가 아니라 위에서 정하면 그것을 검증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파트에서 냉정하게 검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실세가 지목한 인사를 검증하기보다는 흠결을 방어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서 일하는 모 인사는 "검증이 부실하다고 우리가 비판을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는 면이 많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보안을 위해 검증 조직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도 복합검증, 교차검증의 걸림돌이 됐다.

◆ '만만디' MB 인사 스타일
= 유독 인사문제에서만 지극히 신중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공기업 CEO 인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이유로 거론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일은 추진력 있게 잘하시지만 인사는 정말로 느긋하게 하더라"면서 "신중한 것은 좋지만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은 피가 마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선대위 시절에도 선대위원장 인사를 경선 이후 한 달 반이 훨씬 지난 뒤에 단행했다.
 
인수위 시절에도 인사를 서두른 적이 없었다. 국무총리 인선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도 예상 밖으로 늦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용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현장 중심의 인물을 대통령이 선호한다"면서 "그러면서도 검증된 인물을 찾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