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은 후보, 복없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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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좋은 댓글 1건 조회 862회 작성일 08-05-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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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충원 부국장.산업부장

광우병.정부人事등 시끌

3개월만에 민심 등돌려

지나친 효율성따지기 그만

조급증 버리고 초심 찾아야


2007년 12월 19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화살은 이날을 기점으로 그를 억세게 운 좋은 후보에서 지지리 복 없는 대통령으로 돌려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무척 운이 좋았다. 역대 어느 대통령 후보보다 장점도 많았지만 흠결도 많아 숱한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렸는데도 고비 때마다 천지사방이 도와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은 당내 경선에선 때마침 터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로 역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스캔들에서부터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 전군표 전 국세청장으로 이어진 뇌물 사건도 도움이 됐다. 예전 같으면 낙마했을 법한 사안들도 범여권의 BBK ‘올인 전략’에 묻혀 지나갔고, 다른 후보들이 그렇게 공을 들였던 BBK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최대 공신은 단연 참여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말을 앞세우는 대통령보다는 경제대통령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도덕성보다 국정운영 능력을 높이 사는 선거가 돼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막상 대통령이 되자 고생길로 접어들었다. 당선자 시절에는 인수위가 너무 설쳐 민심이반 조짐이 생기더니, 취임하자 4월 총선이 걸려 허니문 기간 없이 정치권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여기에 같은 여권인 친박근혜 세력도 가세, 사방이 적이다.

어디 이뿐인가.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도 신통치 않다.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던 세계경제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곤두박질치면서 세계경제 후퇴가 걱정된다. 벌써부터 경제성장이 악화되고 국제수지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실정과 세계경제환경 악화 탓이 큰데도 내놓고 얘기하기가 ‘거시기’하다.‘다른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더 나빠졌을 것인데 내가 돼서 이 정도 하고 있다’고 말하자니 남세스럽다. 국민들이 납득할지도 의문이다.

복이 없다고 한탄하는 것은 이 대통령 성격에 맞지 않다. 무언가 실적을 내야 한다. 조급증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럴 때 쉽게 받을 수 있는 유혹이 경기부양. 한반도 대운하는 국내경기를 살리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최고다. 대운하에 연연하는 점이나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키로 한 것도 이 같은 관점에서 이해된다.

인사 문제도 마찬가지. 참여정부의 색깔을 없애고 자기 인사를 하려다 보니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자리에 ‘강부자’(강남의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들이 차고 앉게 됐다.고위직에 대한 엄격해진 잣대로 말이 많아지면서 중도하차하는 고위관료까지 생겼다.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복을 찬 점도 없지 않다. 인사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인재풀이 뻔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은 배제하다 보니 인선작업이 제대로 될 리 만무다. 민간 부문의 우수 인재가 검증과정에서 하나 둘 탈락해 게도 구럭도 놓쳤다. 어떤 부서는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모두 검증의 칼날을 피하지 못해 등외 후보가 장관이 됐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국정을 기업 운영으로 착각한 점도 문제다. 국정은 기업 경영과 비슷한 측면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효율성만 따져서는 안 될 사안들도 있고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 식의 국정운영은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다. 박정희 정권 때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나 본인의 서울시장 재직 때의 청계천 복원사업과도 다르다.

지금은 일국의 대통령이다. 지켜보는 눈도 많고 적도 많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거나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할 사안들도 있다. 쾌도난마식 해법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대통령 취임 후 3개월도 되지 않았다. 조급증을 버리고 차분하게 대세를 바라보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의 최대 장점인 미래에 대한 비전과 현재에 대한 실용주의 사상은 살려가되‘국민을 섬긴다’는 초심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