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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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답다 댓글 0건 조회 642회 작성일 08-05-15 08:31본문
아마추어는 아름답다
“죄송하지만 1회용 카메라 한 대만 학급에 기증해 주겠습니까?”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1년여간 안식년을 보낸 한국의 모 여교수. 학기 초 딸아이 담임 선생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카메라를 사 보냈다고 했다.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1년여간 안식년을 보낸 한국의 모 여교수. 학기 초 딸아이 담임 선생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카메라를 사 보냈다고 했다.
그 카메라는 학기가 끝날 무렵 아이 손에 들려 돌아왔다. “OO(딸 이름)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지 않나요?”라는 편지와 함께.
알고 보니 선생님은 기증받은 카메라로 아이들 하나하나의 학교 생활 순간순간을 담아두었다가 깜짝 선물을 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선생님은 기증받은 카메라로 아이들 하나하나의 학교 생활 순간순간을 담아두었다가 깜짝 선물을 한 것이었다.
그토록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며 그 교수는 “과연 나 자신은 어떤 스승이었나”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나도 당시 중학생이던 딸과 함께 미국에서 연수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는 초기에 영어도 안 통하는 데다,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워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 나도 당시 중학생이던 딸과 함께 미국에서 연수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는 초기에 영어도 안 통하는 데다,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워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좋은 점이 딱 한 가지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을 진짜 인격적으로 대해 주신다”는 것이다.
수업 중 떠들어도 일단 좋은 말로 주의를 준다고 했다. 그래도 영 말을 듣지 않으면 복도로 따로 불러내 조용히 야단을 친단다.
수업 중 떠들어도 일단 좋은 말로 주의를 준다고 했다. 그래도 영 말을 듣지 않으면 복도로 따로 불러내 조용히 야단을 친단다.
다 큰 아이를 급우들 앞에서 혼냈다간 교육효과는커녕 수치심만 클 것이라는 배려 때문이란다.
“그럼 한국 학교에선 안 그래?”라고 묻자 기막히다는 듯 아이가 답했다. “다 알면서 뭘 물어봐요?”
미국에서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가르치는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미국에서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가르치는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래서 박봉인 데다 교사들을 쥐어짜기로 호가 난 ‘낙오 아동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으로 잡무가 산더미처럼 늘었어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선생님=좋은 선생님, 한국 선생님=나쁜 선생님’이란 소릴 하려는 게 아니다.
‘미국 선생님=좋은 선생님, 한국 선생님=나쁜 선생님’이란 소릴 하려는 게 아니다.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수업시간 및 업무량… 양쪽의 교육환경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얘길 꺼낸 건 선생님들에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우리 교육의 난제들을 풀어갈 십자가를 져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구호만 거창한 교육개혁이 도대체 어느 세월에 달성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구호만 거창한 교육개혁이 도대체 어느 세월에 달성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달라지면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방법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또 그 애들을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는 첫 마음을 되찾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수업 기술은 고사하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성마저 학원 교사만 못하다는 불만은 이내 사라질 터다.
사교육과의 경쟁을 강요당하는 이때 공교육이 생존할 길 역시 바로 그 첫 마음의 회복에 있을 터다.
이어령 선생은 최근 『젊음의 탄생』에서 “취업이나 자격시험 때문이 아니라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이어령 선생은 최근 『젊음의 탄생』에서 “취업이나 자격시험 때문이 아니라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사랑한다’는 뜻의 라틴어 ‘아마레(amare)’에서 유래한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게 절대 아니라고 했다.
자기 일을 밥벌이로 보느냐 사랑의 대상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선생님들에게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돼주십사 당부하고 싶다.
해마다 경쟁률이 14~16 대 1이나 되는 교사임용고시(중·고교 기준)의 선발 기준 어딘가에도 이런 아마추어 정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믿는다.
“다음엔 네가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되는 걸.” 일기장 검사 때마다 정성스레 비밀쪽지를 끼워주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에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다음엔 네가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되는 걸.” 일기장 검사 때마다 정성스레 비밀쪽지를 끼워주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에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내 아이도 가슴속에 그런 선생님 한 분쯤 품고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