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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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엇이 댓글 0건 조회 762회 작성일 08-05-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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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일까.
 
어디서 꼬였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한다.
 
스스로 느끼는 절박한 위기의식만이 그를 수렁에서 건져낼 것이기 때문이다.
 
2월 25일 국회 취임식장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말을 그는 기억할 것이다.
 
6만 명 청중의 환호 속에 “이 땅에 기회가 넘치게 하겠다”
 
 “발전의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체와 분열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기대를 걸고 힘을 얻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3개월도 안 돼 참담한 기분 속에 빠져 있다.
 
3개월이 무슨 3년처럼 길게 느껴진다. ‘이명박 피로감’이란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렇게 빠르게 지지율 추락을 경험한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있다.

처음엔 의욕이 넘쳐 그런 거려니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두 번 시행착오려니 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뭔가 중대한 결함이 있는 건 아닌가,
 
그걸 찾아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이 대통령은 지금 국정을 반전시킬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자기를 돌아보고 민심에 순종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이 대통령은 광우병 괴담과 성난 민심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무능한 정부를, 장관들을 탓했다.
 
 그는 “정부가 사전 사후에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문제에 있어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장애를 지적한 것이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소통장애의 한복판에 이 대통령 본인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미국 국민에게 기억되고 있다. 루스벨트 이래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위대한 소통자가 된 건 ‘위대한 청취자(Listener)’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통능력은 말 많이 하는 능력이 아니다.
 
우선 잘 듣는 능력이다.
 
그 다음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말하는 능력이다. 국민은 대통령이 부리는 직원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와 기업 CEO가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그는 쇠고기 협상이 타결돼 일부 계층에서 시름이 늘어갈 때 “앞서가는 축산농가는 개방이 돼도 문제없다”
 
 “쇠고기 개방 다음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싫으면 사먹지 않으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이치에 맞긴 하지만 다수의 축산농가와 소비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그들을 화나게 한 말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에 화가 차곡차곡 쌓인 뒤 방송사의 광우병 괴담 프로그램이 불을 붙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것이다.

소통장애는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이명박 정권의 최대 정치문제인 이명박-박근혜 갈등도 박 의원이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졌다. 신뢰의 문제는 청와대에도 정부에도 있다.
 
청와대에서 정권창출 공신 출신끼리 주로 의사소통하는 바람에 전문갇공무원 출신들이 의사결정에서 소외되고 겉돈다는 얘기가 이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공신들끼리 권력다툼을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사태는 근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인사실패에 기인한다. 유능한 정치를 표방했으면서 무능한 인사를 한 것이다.
 
 ‘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권+서울시)이란 쓴소리에서 보듯 이 대통령은 ‘베스트 오브 프렌드’로 요직을 채우려 했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혼자 일하고 나머지는 뒤에선 무조건 따라가는 일렬종대 풍토도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때부터 밤잠 안 자고 일해왔다. 머슴처럼 일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해 일하느냐다.
 
이명박 정부는 각론은 있는데 총론이 없다고 한다. 열심만으로는 해결 안 되는 것이 나랏일이다.
 
설득력 있게 국정목표를 제시하는 기획기능이 떨어진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이런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정부부처 장관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자율성이 크게 손상돼 있다.

이제 이 대통령은 덜 바쁘게 움직이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자기 문제를 돌이켜 보고 일대 국정쇄신책을 내놔야 할 시점이다.
 
당·정·청 곳곳에서 인적 쇄신을 감행해 불신을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