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와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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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리석음 댓글 0건 조회 735회 작성일 08-05-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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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언론이 남한 언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신문만 해도 남한 개념에 해당하는 신문은 없다.
 
노동당, 내각,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이 각각 발행하는 3개 중앙 기관지(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와 각 도당위원회에서 발행하는 11개 지방 기관지가 있을 뿐이다. 이밖에 교통신문, 건설신문, 교원신문 등이 있지만 이 역시 내각의 각 성에서 발간하는 기관지다.

당연히 기사와 기사 작성 방식도 딴판이다. 우선 사실(fact) 위주의 기사가 거의 없고 많은 부분이 주장으로 이뤄져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체의 기사는 오로지 선전 선동 또는 군중 조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남한 언론이라면 써서는 안되는 특정인에 대한 극존칭과 욕설 등 상스런 표현이 예사로 나온다.

이를테면 4월1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한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다. '최근 남조선에 새로 들어선 한나라당의 리명박 정권은 친미사대, 반북대결을 로골화하면서 자주통일시대의 흐름에 악랄하게 도전해나서고 있다.'
 
얼마 전 국내 신문 보도에 따르면 북한을 찾은 외국 기자가 북한 신문 기사를 보고 신문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북한 언론의 실상을 우리 언론인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는 최근 '남북 언론인 대표자회의'를 갖고 남북간에 다양한 기사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우리 민족끼리'를 기치로 통일언론 활동을 벌여나갈 것을 재확인했다고도 한다.

아마도 이 같은 남측 언론인들의 '열성' 이면에는 언론 교류, 또는 언론인간 이해 확대를 통한 남북 화해라는 순수한 동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이해하면서도 의문은 남는다.

최고지도자와 당을 위해서라면 진실은커녕 사실도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북한 언론의 기사와 어차피 북측에 정치적으로 유리한 기사가 아니면 실리지 않을 남측 언론의 기사 교류,
 
그리고 인간의 기본권인 정보 향유권을 북한 인민에게 찾아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중 어떤 게 먼저인가?
 
북한이 말하는 '우리 민족'이 한민족이 아니라 '김일성 민족'임이 명백한데도 왜 거기에 장단을 맞추는 것인가?
 
순수함과 어리석음은 종이 한장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