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대란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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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물가대란 댓글 0건 조회 1,571회 작성일 08-05-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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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대란의 그림자
기사입력 2008-05-22 18:32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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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 고달프게 살아야만 하나.

우리 물가가 높다는 것은 새삼스런 이야기도 아니지만 급기야 세계 최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소식은 부아를 돋게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활비지수는 122.4(미국 뉴욕 100)를 기록해 조사 대상 55개국 중 단연 최고다.

비슷한 수준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뉴욕 소비자들보다 22.4%,조사대상국 평균치(86.3)와 비교하면 40% 이상이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원의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주요 7개 품목을 G7(선진7개국)과 비교했더니 국내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골프장 그린피는 G7평균이 43.9에 불과했고 맥주 커피 화장품 주스 스낵 서적 등도 54.4~73.2에 그쳤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바가지에 시달리고 있는지 여실히 입증된다.

더욱 우울한 것은 이런 양상이 한층 심화될 게 불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유가와 국제원자재 곡물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환율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휘발유 가격이 벌써 ℓ당 2000원에 육박하고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물가오름세는 예사롭지 않다.

앞으로는 속도가 더 붙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1% 올랐지만 생산자물가는 9.7% 뛰었고 수입물가와 원재료물가는 각각 31.3%와 56%씩 치솟았다.

생산자물가 수입물가 원재료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소득이라도 뒷받침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현실은 반대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06년 1만7690달러로 조사대상 209개국 중 51위에 불과해 전년보다 두 단계나 뒷걸음질했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현재 이 순위는 더욱 후퇴했을 공산이 크다.

소득 수준은 아직 중진국인데 물가만 세계 최고를 달린다는 뜻에 다름아니고 보면 생활고가 가중될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데도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특히 최근의 물가오름세는 국제원자재 가격 등 우리로서는 어찌 하기 힘든 대외 요인들에 주로 기인한 것이어서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고비용 사회구조는 실질소득의 하락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도 직결되는 까닭이다.

정부가 52개 핵심 생필품을 지정해 물가관리에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물가는 인위적 관리를 통해 안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고비용을 유발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등 시장개방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

값싼 외국제품이 보다 많이 들어오고,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자연스런 가격 하락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

또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지나치게 많은 단계를 거치는 후진적 유통구조를 개혁하는 것 등도 시급한 현안이다.

원자재가격 폭등에서 비롯된 위기는 대처하기에 따라 낙후된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